이승엽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재를 과시하고 400홈런을 넘어 한일통산 60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이 한국 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돌파했다.
백전노장인 이승엽은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13시즌(일본 리그 제외) 만에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8년간 일본 무대에서 뛰기도 했던 이승엽은 한일 통산으로 치면 559홈런이다.
이승엽은 팀 내 최고참급 선수가 된 올해도 삼성이 치른 54경기 중 5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 10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승엽의 장수는 한국야구에서 노장의 기준을 바꾸는 하나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이승엽 이전에도 40세 가까이 선수생활을 이어간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까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팀 내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야구선수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원숙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체력과 순발력이 떨어지고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팀 내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비주전이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조금씩 은퇴를 고민하게 된다. 송진우, 양준혁, 이종범 같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장수 스타들도 피하지 못했던 수순이다.
하지만 이제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구단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불혹을 바라보거나 그 이상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제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임창용(39·삼성), 이호준(39), 손민한(40·이상 NC 다이노스) 등은 쟁쟁한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으며 올 시즌 프로야구에 베테랑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들이다.
실제로 올 시즌 프로야구 각종 개인기록 랭킹을 살펴봐도 베테랑급 선수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이호준은 타점 62개로 당당히 전체 1위에 올라있으며 타율 0.323(11위), 홈런 14개(8위)까지 기록, 올 시즌 자타공인 회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임창용은 올 시즌 14세이브로 구원 부문 1위다. 손민한도 6승, 평균자책점 3.79로 다승 5위와 평균자책점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홍성흔(두산 베어스), 서재응, 김원섭(이상 KIA 타이거즈), 박진만(SK 와이번스) 박정진(한화 이글스) 등 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팀 전력의 한 축으로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베테랑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베테랑들의 활약은 결국 스포츠 과학의 발전과 일맥상통한다. 과거에는 '혹사'나 자기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전성기에 무리하다가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거나 불의의 부상을 당해 예상보다 일찍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프로스포츠가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관리와 재활, 훈련 등이 훨씬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베테랑들의 장수는 그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이승엽의 경우, 최고참급이 된 지금도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코칭스태프의 지시에도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이승엽 같은 베테랑이 있으면 후배들도 자연히 따라오게 돼있다. 실력과 인성을 갖춘 선배의 존재가 그 팀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고 평가한다.
나이든 선수라고 해서 짐처럼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구단에서도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노장 선수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때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던 손민한이나 서재응 같은 투수들은 벤치의 적절한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여전히 전력에 한몫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단지 '나이'라는 물리적인 잣대만으로 '노장'이라는 판단을 성급히 내리는 것을 자재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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