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폭로 “승부조작 거부하자 폭행, 창피했다”

이한철 기자

입력 2015.05.12 09:45  수정 2015.05.12 09:52

2005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한국 1500m 1~4위

“1위 해야 한다는 선배, 경기 후 집합시켜 때렸다”

안현수가 소문만 무성하던 승부조작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MBC 방송 캡처)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30·러시아 명 빅토르 안)가 국내서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음을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한 안현수는 승부조작 거부와 폭행 등이 러시아를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임을 고백했다.

안현수는 “(한 선배가 또 다른 선배의) 개인전 금메달이 필요하니 ‘1등 시켜주자’고 얘기하더라. 그러나 전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경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현수가 언급한 경기는 2005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절정의 전력을 과시하던 당시 한국 대표팀은 1500m 경기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싹쓸이하는 등 국내선수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안현수는 “1등을 해야 한다는 선배가 뒤에서 나오면서 저한테 ‘야, 비켜’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이거를 막아야 되나?’하고 고민했다”며 “그런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후배에게 ‘끝까지 타’라고 소리쳤다”고 털어놨다.

명백한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안현수의 입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안현수는 “선배가 집합을 시켰고 헬멧을 쓰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 머리를 때렸다”며 “창피했다. 쇼트트랙 최강의 팀이 외국선수들 눈에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안현수는 이후 부상 탓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현수의 대표팀 탈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지만, 안현수에게 힘이 돼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하며 부활했다.

한편, 안현수는 이날 방송에서 러시아 귀화 과정 중 한국에서 압력이 가해졌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안현수는 귀화 과정에 대해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이 (국내 빙상연맹 관계자로부터) ‘이 선수는 한국에서도 문제가 많은 선수니까 절대 받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더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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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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