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며 보는 재미 <디파티드> VS <무간도>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6.11.25 10:58  수정

[이 영화가 사는 법] 세련된 리메이크, 혹은 잘못된 각색

미국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디파티드>는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다.

범죄조직에 잡입한 위장경찰과 조직에 의해 경찰로 키워진 갱단 스파이, 엇갈린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두 남자의 대결을 다룬 이홍콩 느와르는, 유위강 감독의 정교한 연출력과 중화권 스타 유덕화- 양조위의 애수 깃든 열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있다.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베라 파미가 등 초호화캐스팅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세련된 헐리우드 갱스터 느와르로 재탄생했고 이미 미국에서는 흥행과 비평에 모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유덕화-양조위 VS 디카프리오-데이먼

대체적인 원작의 기본 설정과 뼈대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색깔이나 초점, 중심 캐릭터들의 묘사는 다소 달라졌다.

원작 <무간도>가 엇갈린 운명 속에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두 주인공의 내적 고뇌를 부각시켰다면, 리메이크작 <디파티드>는 인물 자체보다는 비정한 세계의 룰 속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각 인간 군상들의 치열한 생존게임에 주목한다.

어둡고 쓸쓸한 정서가 넘쳐나던 홍콩의 뒷골목은, 바다를 건너 보스턴의 차갑고 건조한 잿빛 도시로 무대를 옮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소화한 스타급 배우들의 연기비교다. 원작의 진영인(양조위)이 위장경찰로서 섬세하면서도 여린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라면, <디파티드>의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좀 더 충동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청춘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반면 경찰에 잠입한 갱단 스파이 유건명(유덕화) 역할을 리메이크한 콜린(맷 데이먼)은 원작보다 좀 더 치밀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묘사한다. 좋은 경찰이 되고 싶은 욕심과 스파이로서의 비애 사이에서 분열된 자아를 드러내는 원작의 유건명에 비해, 콜린은 자신의 보신을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역의 이미지에 좀 더 가깝다.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정신과 의사 마들레인 역은, 원래 콜린의 연인이었다가 자신의 환자로 찾아온 빌리와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로, 원작에서 가각 두 주인공의 약혼자와 의사였던 정수문-진혜림의 캐릭터를 합쳐놓은 인물이다.

´쿨´한 헐리우드 VS ´핫´한 홍콩 느와르

원작에서 유건명의 조직보스인 한침(증지위)의 캐릭터는, 리메이크작에서 비중과 성격이 가장 크게 변한 인물이다.

<무간도>

잭 니콜슨이 연기한 프랭크 코스텔로는, 빌리가 잠복한 아일랜드계 마피아단의 두목이자, 콜린을 경찰로 키워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거친 욕설과 폭력의 권위를 앞세워 어둠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코스텔로의 캐릭터는 니콜슨 특유의 악마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디카프리오와 데이먼보다도 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진영인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있는 경찰 상관 황국장(황추생) 역에는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 마틴 쉰(퀴넌 서장)이 연기했다. 여기서 <디파티드>는 빌 리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인물로, 원작에 없는 디그냄(마크 월버그)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했다. 빌리를 협박하여 사실상 코스텔로 조직에 잠입시키는 장본인이기도 한 마초 형사 디그냄의 캐릭터는, 작품의 대단원에서 원작과 다른 반전을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간도>에 비해, 약 1시간가량 늘어난 러닝타임을 보유한 <디파티드>는 원작에서 미처 묘사하지 못한 등장인물들 간의 세밀한 관계와 캐릭터의 개성을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원작이 스파이의 삶을 살아야하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에 이야기를 집중한다면, <디파티드>는 두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폭력의 세계 자체에 카메라를 비춘다.

전반적으로 유위강의 <무간도>가 야누스적인 매력을 지닌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감성적인 느와르라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는 시종일관 차갑고 건조한 정서를 유지한다. 영화를 둘러싼 온도의 차이는 대단원에 이르러, 두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후의 반전에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것은 원작과 리메이크간 우열의 문제라기보다는, 갱스터 느와르를 연출하는 두 감독의 다른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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