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범석 쿠팡 대표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
쿠팡의 김범석 대표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2011년 8월 이후 약 4년만이다.
이번 간담회의 주제는 쿠팡이 아마존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다이렉트 커머스' 모델을 소개하고 엄청난 규모의 물류센터를 공개한 것이었다. 특히 쿠팡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초로 '2시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굳이 간담회를 열지 않더라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알려도 될 일이다. 물류센터를 공개하는 게 목적이라면 기자들을 직접 현장으로 데려가도 된다. 그런데도 왜 '지금 이 시기'에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것일까.
쿠팡은 지난해 말 미국의 블랙록 등으로부터 약 3000억원(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세쿼이아 캐피탈로 부터 1000억원(1억 달러) 투자를 받은데 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였다. 이로 인해 쿠팡은 설립이후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감사보고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쿠팡의 지난해 적자규모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로켓배송(직접배송)을 본격 시행하면서 인력과 차량, 물류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적자 규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물류센터에 15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적극 알렸다.
경제부 김영진 기자
결국 쿠팡의 간담회 개최의 궁극적 목적은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와 맞물려 대규모 적자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위한 자리였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의 적자를 수치로만 봤을 때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쿠팡은 로켓배송에 대한 편법택배 논란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쿠팡 측은 법률 자문을 받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입장이지만 물류업계에서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쿠팡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큰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고 고용 창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대표는 "아마존의 경우도 초기에 19조원을 투자했다"며 향후 지속 투자 의지도 피력했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고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투자가 위축된 시기에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점이 업계를 놀라게 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 '적자'는 절대 자랑이 될 수 없고 '투자를 위한 변명'이 될 수도 없다. 쿠팡의 혁신이 모험으로 끝날지, 세계로 뻗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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