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김범석 쿠팡 대표, '지금 이 시기' 간담회 가진 속내는?

김영진 기자

입력 2015.03.18 12:23  수정 2015.03.20 18:02

감사보고서 제출과 맞물려 대규모 적자에 대한 이해와 설명 자리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범석 쿠팡 대표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
쿠팡의 김범석 대표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2011년 8월 이후 약 4년만이다.

이번 간담회의 주제는 쿠팡이 아마존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다이렉트 커머스' 모델을 소개하고 엄청난 규모의 물류센터를 공개한 것이었다. 특히 쿠팡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초로 '2시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굳이 간담회를 열지 않더라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알려도 될 일이다. 물류센터를 공개하는 게 목적이라면 기자들을 직접 현장으로 데려가도 된다. 그런데도 왜 '지금 이 시기'에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진 것일까.

쿠팡은 지난해 말 미국의 블랙록 등으로부터 약 3000억원(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세쿼이아 캐피탈로 부터 1000억원(1억 달러) 투자를 받은데 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였다. 이로 인해 쿠팡은 설립이후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감사보고서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쿠팡의 지난해 적자규모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로켓배송(직접배송)을 본격 시행하면서 인력과 차량, 물류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적자 규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물류센터에 15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적극 알렸다.

경제부 김영진 기자
결국 쿠팡의 간담회 개최의 궁극적 목적은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와 맞물려 대규모 적자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위한 자리였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의 적자를 수치로만 봤을 때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규모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쿠팡은 로켓배송에 대한 편법택배 논란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쿠팡 측은 법률 자문을 받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입장이지만 물류업계에서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쿠팡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큰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고 고용 창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대표는 "아마존의 경우도 초기에 19조원을 투자했다"며 향후 지속 투자 의지도 피력했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고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투자가 위축된 시기에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점이 업계를 놀라게 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 '적자'는 절대 자랑이 될 수 없고 '투자를 위한 변명'이 될 수도 없다. 쿠팡의 혁신이 모험으로 끝날지, 세계로 뻗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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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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