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전자종이'(electronic paper)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일반 종이와 다름 없는 화면 효과를 내는 아마존의 킨들의 국내 진출이 임박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만약 킨들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 국내 출판산업의 붕괴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만큼 취약한 한국출판산업의 현실을 고려한 전망이겠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전자책은 아직 그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며 일부 장르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로맨스물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좀 더 확장되어 19금 출판물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요컨대, 연애 로맨스 그리고 19금 콘텐츠에 전자책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일단 이들 장르들은 자신있게 내놓고 소비할 수 있는 출판콘텐츠가 아니다. 혼자만 스스로 즐기는 콘텐츠에 가깝다. 이러한 장르가 부각되는 것은 이는 스마트 모바일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은밀하게 볼 전자책 콘텐츠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은밀하게 볼 내용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과 같이 관람을 해야하는 것이 극장의 특징인데 말이다.
물론 상상을 자극하는 문학 장르가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될 때,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혼자만의 콘텐츠들은 이런 공개된 콘텐츠 소비공간에서는 대개 그렇게 높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한 점은 19금 영화들이 극장보다는 IPTV에서 더 주목을 받는 현상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송승헌 출연의 ‘인간중독’은 IPTV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극장 개봉작중에는 40위권이었지만, IPTV 3사 이용자수는 10위권에 들었고 한 한 인터넷 동영상 업체에서는 매출액 1위를 달렸다. 이러한 현상은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마담뺑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들 영화에는 최고의 남자 스타인 장동건과 정우성이 출연하고 있었다. 그들의 육체를 확인하는 공간은 대형 극장이맞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섹슈얼리티 콘텐츠 자체는 콘텐츠 소비 공간 자체의 사적인 특징을 이미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에로물에서도 확인된다. 극장에서 기껏 몇 천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주문형 비디오(VOD)시장에서는 수십 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때문에 고사 위기에 빠진 에로물과는 달라진 것은 바로 스마트모바일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예상보다 못한 흥행 성적을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엄마 포르노'라고 불렸던 원작을 영화로 옮겼다. 원작은 대놓고 읽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소비하는 콘텐츠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공개된 장소에서 영상으로 선을 보인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관객들의 수가 어떨지는 자명하다. 왜냐하면, 특정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꺼리는 수용자들이 분명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이런 콘텐츠를 더욱 은밀하게 소비하는 문화행태가 많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는 극장 관객은 기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다면, 다른 흥행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IPTV 등 주문형 비디오(VOD)에서 이 영화를 접할 때, 극장과는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장르들은 많은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일수록 경제적인 손해를 낳기 마련이다.
콘텐츠는 수용자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자기의 취향에 맞게 소비하는가에 따라 그 경제적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버블에 휩싸일 가능성이 많다. 자칫 농간에 누군가 당할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원작이 판매고를 보인다고 해도 어떤 콘텐츠 장르에는 맞지 않는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세밀한 구분과 그에 따른 투자와 소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이런 점들이 원소스 멀티유스, 미디어 믹스의 본질이자 한계라는 점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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