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재 운명 바꾼 ‘김민구 나비효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2.11 13:49  수정 2015.02.11 13:55

김민구 중심 리빌딩 준비하다 뜻밖의 사고

개막 전부터 꼬인 허재 감독, 결국 하차

김민구가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면서 KCC 허재 감독의 시즌 구상은 엉망이 됐다. ⓒ 연합뉴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 '만약' 속에 담긴 미련과 아쉬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나간 경우의 수를 곱씹어보기 마련이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지난 9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출신이었던 허재 감독은 2005년 처음 지도자의 길에 뛰어든 이후 무려 10년이나 KCC를 이끌어왔지만 성적부진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허재 감독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팬들이라면 다시 돌이켜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김민구의 시즌 아웃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3년 KCC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김민구는 한국농구의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던 기대주였다.

허재 감독은 김민구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준비해왔다.

올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하승진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술을 아울러 빅3의 존재는 KCC를 우승후보로 거론하게 하기 충분했다. 김태술을 영입하기 위해 백코트진의 주축으로 꼽혔던 강병현과 장민국을 트레이드한 것도 김민구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김민구가 지난해 국가대표 차출 기간 음주운전 사고를 저지르는 불의의 악재가 나오면서 허재 감독의 구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민구는 현재로서는 선수생활 재기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일 김민구가 건재했더라면 KCC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득점력이 뛰어나고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김민구가 있었다면 하승진과 김태술도 상당 부분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시즌 초반부터 부상을 달고 무리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외국인 선수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 돌아갈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허재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민구가 빠진 대표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구의 경희대 동기이기도 한 김종규를 비롯해 이종현, 오세근 등은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이들의 소속팀에도 큰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김민구의 부상으로 KCC만 순식간에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었다.

물론 올 시즌 KCC의 부진이 모두 김민구의 부재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비극의 첫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간절히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