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어렵게 풀릴 수 있었던 경기를 차두리(35·FC 서울)의 크로스 하나로 벼랑 끝에서 올라온 대표팀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 호주 캔버라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전반 36분 남태희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승점 3을 확보했던 대표팀은 호주가 오만을 4-0으로 대파하며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과 호주는 오는 17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A조 1위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날 경기는 슈틸리케 감독 말대로 운이 좋은 경기였다. 공격은 무뎠고, 수비수들의 잦은 실수는 수차례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쿠웨이트가 여러 면에서 더 나은 경기를 했다”며 "승리를 따낸 것은 매우 운이 좋았다"고 평했다.
신승이었지만 가장 가치가 빛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였다.
차두리는 지난 오만과의 1차전에서 34세 178일 나이로 태극전사 아시안컵 최고령 기록(종전 이운재 34세 102일)을 작성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쿠웨이트전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34세 181일로 늘렸다.
사실 차두리는 이번 대회에서 김창수의 뒤를 받치는 백업 멤버로 낙점돼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김창수가 오만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자 교체로 출전해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펼쳤고,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차두리는 대표팀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활력을 불어넣었고, 전반 36분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차두리는 그대로 드리블로 돌파, 쇄도해 들어오던 남태희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크로스를 올려 결승골을 도왔다. ‘차미네이터’ '전차'라는 별명답게 전성기를 방불케 한 압도적인 피지컬과 돌파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물론 차두리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차두리는 쿠웨이트 공격수들을 놓치는 장면을 몇 차례 노출했지만 한참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며 끝까지 1골 차 승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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