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이 구단의 거부로 불발된 이후 일본행 가능성이 거론되던 양현종은 고심 끝에 국내 잔류로 마음을 돌렸다.
양현종의 결정에는 KIA 구단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KIA는 양현종의 포스팅 수용 불가를 결정할 때부터 내부적으로 다음 시즌 양현종을 전력구상에 포함시켜놓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불발에도 일본 구단들 관심이 이어지면서 선수와의 직접 면담을 통해 확실하게 입장을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KIA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군복무로 자리를 비운 김선빈-안치홍, kt로 특별지명된 이대형의 공백에 이어 에이스 양현종마저도 이탈할 경우, KIA로서는 다음 시즌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나치게 낮은 몸값으로 양현종을 미국이나 일본에 보내는 것도 명분이 서지 않았다. 결국, 2년 뒤 보상 없이 완전 FA로 풀어줄 수도 있지만 일단 양현종의 전성기를 함께하는 것이 KIA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양현종의 심리적 박탈감이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해외진출이 좌절된 지금 양현종의 속내가 어떠할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동갑내기 김광현이 결국 구단의 승낙을 받아 샌디에이고와 협상이 진행 중인 것과 비교해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마지막까지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으로 거론됐던 일본행도 결국 진행도 못해보고 막을 내렸다. 공식적으로는 면담을 통해 구단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양현종으로서는 윤석민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민은 2011년 당시 최고성적을 올리고 해외진출을 타진했지만 당시 선동열 감독과 구단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2년을 더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후 2011년 성적이 하락세를 보였고 의욕상실에 오히려 부상까지 겹치며 결과적으로는 주가만 더 떨어진 채 뒤늦게 미국행을 타진해야 했다.
올해 양현종의 연봉은 1억 2000만원. 7년차이자 그간의 팀 공헌도를 감안한다면 KIA가 후한 대우를 해줬다고는 볼 수 없다. 포스팅 수용불가에 대한 명분 제시나 다음 시즌 양현종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구단이 에이스에 걸맞은 대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양현종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아직 해외진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2년 뒤에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냉정히 말해 이번 포스팅 시스템에서 제시받은 몸값이 양현종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라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국내 무대에서 2년간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실력으로 당당히 FA자격을 얻는다면, 조금 늦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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