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과 외환은행 노조에 따르면, 이날 저녁 외환은행 본점 4층에서 부점장협의회가 전국 직원들을 모아 노동조합과 별개로 '비상대책위'를 만들 계획이다. ⓒ데일리안
한 지붕 두가족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과의 얘기가 아니다. 외환은행 내부가 두 갈래로 나뉘는 양상이다.
27일 금융권과 외환은행 노조에 따르면, 이날 저녁 외환은행 본점 4층에서 부점장협의회가 전국 직원들을 모아 노동조합과 별개로 '비상대책위'를 만들 계획이다.
외화은행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부점장협의회 명의로 공지됐다. 참석대상은 부점장과 솔선수범 고참직원, 총무책임자, 노조분회장, 행원대표 등 부점 내 리더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측은 "향후 은행통합관련 대화 등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며 "노조는 이러한 비대위 구성 등에 전혀 동의한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간 하나-외환간 조기통합을 논의하는 시도를 가졌으나 파행으로 끝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0분만에 첫 논의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외환은행 노조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측의 요구에는 △일방적인 합의위반에 대한 사과 △새로운 합의서 체결 전까지 IT통합과 합병승인 신청 등 통합절차 중단 △정규직 전환 등 신뢰회복 조치 시행 △대화단에 대폭적이 권한 위임 등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맞춘 협상은 사측의 조기합병 동의서로 불똥이 튀었다. 노조측은 조기통합 동의서가 본인의사와 무관한지에 대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 후 진실게임으로 확산됐다. 행내에서 진실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동안 협상은 멈춰섰다.
이 과정에서 두 은행의 IT통합 태스크포스(TF) 구성으로 사측과 하나금융에 대해 노조측 이중플레이라며 반발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더 소원해졌다.
첫 협상이 무산되면서 접점이 없는 평행선을 걷다보니 노조를 대신하는 대표성을 갖춰야하는 비상대책위가 등장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행을 보였던 협상을 뒷수습하려다 보니 노조는 합의해줄 것 같지 않고 시간은 다가오고 금융위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니 비상대책위가 구성된 듯 하다"며 "형식은 자발적이지만 지점장들한테 인원동원이 할당됐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귀뜸했다.
노조측은 "합법적인 조합원총회를 무산시키고 최근에는 은행 내 사조직 금지 공문까지 냈던 은행 측이 임의단체인 부점장협의회가 업무시간 중 대규모로 직원을 동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사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당초 부점장협의회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직원들을 소집했으나 임의단체의 업무시간 중 직원동원이 문제가 될 개연성이 있자 행사시작을 오후 5시에서 1시간 늦춘 6시로 변경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그간 조기통합 인명부 사인에서부터 IT통합에 이르기까지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분위기"라며 "하나와의 통합도 그렇지만 외환은행이 자칫 내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는 직원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부점장협의회는 비상대책위 등을 통해 자신들이 마치 외환은행 직원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나 노조를 압박하고 직원들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미 확인된 외환은행 직원들의 민의에 따라 진정성 있는 대화노력을 흔들림 없이 계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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