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무섭다고? 그들이 못 가진 걸 공략하라

김영진 기자

입력 2014.10.08 16:00  수정 2014.10.08 18:36

<기자의 눈>국수주의적 태도 버리고 디자인·품질력 등 차별화 모색해야

스웨덴 스톡홀름 NK백화점의 한 생활용품 매장.ⓒ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최근 이케아 협조로 스웨덴 엘름훌트와 스톡홀름 등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엘름훌트는 이케아가 태동한 곳으로, 이 지역에 있는 12개의 이케아 관계사들은 '밸류체인'으로 묶여 제품개발과 디자인 등을 총지휘하고 있었다.

이케아 테스트랩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5만 번이나 눌러보고 제품 포장지 냄새까지 테스트하는 것을 보고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기존 '이케아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질이 떨어지고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 '결혼하기 전이나 유학생들이 짧은 기간 쓰다 버리는 제품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생산과 유통, 판매를 모두 아우르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최고 품질에 최저 가격을 결정하는 그들의 모습에 도저히 한국 기업들은 이겨낼 방안이 없을 것 같았다. 한국인으로서 이케아를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올해 말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는데 한국 기업 대비 경쟁 우위가 너무 확연했다.

이케아로 위협을 받을 분야는 가구뿐 아니라 생활용품, 식음료 심지어 가전회사까지 전 업종을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며칠 후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건너가 시내에 있는 가구점이나 생활용품 매장들을 둘러보고 나서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오히려 이케아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세계 최대의 이케아 매장이 스톡홀름에 있다면, 분명 이 지역 생활용품 매장들은 힘들어해야 할 텐데 오히려 그들은 이케아가 가지지 못한 참신한 디자인과 품질력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예뻐 보이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닌, 현지 날씨에 견디는 제품은 어떤 것일까, 친환경적인 것은 어떤 것일까 등 지역과 문화에 근거한 실용 디자인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스톡홀름에 이케아가 진출한 것이 수십 년 전이기도 하지만, 스웨덴 국민들의 공간에 대한 사랑은 오히려 홈퍼니싱 시장을 키우고 있었고 그 결과 이케아의 벽을 넘어서는 브랜드와 제품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톡홀름의 명품 백화점으로 유명한 NK백화점은 지하 전체를 이딸라, 에바솔로, 스텔톤, 마리메코 등 주방 및 생활용품 브랜드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 세계 모든 생활용품 브랜드들이 총망라된 듯 했다. 또 5층 전체는 침구와 소파, 침대 등을 판매했는데 이케아가 가지지 못한 고급스럽고 희소성 있는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 도심 곳곳에 매장을 운영하는 '미오(MIO)'라는 곳도 이케아와의 차별화를 통해 성공한 회사이다. 디자인 편집샵인 '디자인토르엣'도 디자인과 학생 및 예비 디자이너들의 독창적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곳에서 출발해 성공한 케이스다. '스웨덴하우스'라는 매장도 수십 명의 독립 디자이너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독창적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물론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시작했고 또 스웨덴이 디자인이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케아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성공한 경우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케아와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가장 핵심이 디자인과 품질이다.

디자인도 단지 보기에 예쁘고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닌, 지역과 문화에 근거한 오리지널리티가 깃든 디자인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품질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이미 기정 사실화됐다. 이런 거대 유통 공룡을 더 이상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볼게 아니라 이케아를 발판 삼아 홈퍼니싱 시장을 키우고, 차별화를 꾀해 성공을 모색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NK백화점의 한 생활용품 매장. ⓒ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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