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케아의 심장부를 가다4] TV, 세탁기도 파는 이케아

스톡홀름(스웨덴) =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입력 2014.10.06 06:00  수정 2014.10.06 13:38

세계 최대 규모 스톡홀름 매장 방문기

스웨덴 쿵겐스 쿠르바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이케아 스톨홀름 매장 전경.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는 1965년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이케아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12월 경기도 광명시에 들어서는 이케아 역시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규모의 매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케아는 세계 어느 곳이나 도시와 약간 떨어져 있는 것처럼 지난 2일(현지시간) 방문한 스톡홀름 매장 역시 버스로 약 30분 가량 가야하는 쿵겐스 쿠르바(Kungens Kurva)에 위치하고 있다.

스톡홀름 매장은 이케아 창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전 세계 유일한 원형 건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원형모양은 건물 앞에는 보이지 않고 뒤로 가야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픈 시간 오전 10시 이전에 매장 앞에 도착했지만 어느새 매장 입구 앞에는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고객들이 와 있었다.

알고보니 이케아는 아침 식사 고객들을 위해 오전 9시 30분에 프리 오픈을 한다.

한화로 약 1500원이면 아침식사를 이케아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저렴하게 아침도 해결하고 저렴한 가격에 물건도 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오전 9시 30분 매장 문이 열리자 4층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4층에서부터 원형을 그리며 내려오며 쇼핑을 하는 구조다. 4층에 올라서자 오른쪽에는 이케아 레스토랑이 있고 이케아가 제안하는 룸 공간을 꾸며놓은 '룸세트'가 있다. 또 카트 앞에는 파격상품을 비치해놓고 연필, 줄자, 메모지 등은 필수다.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 이케아 매장 구조이다. 가구의 맥도날드와 다름 아니다.

4층부터 시작된 쇼핑은 소파와 침대를 비롯해 신진 디자이너와 함께한 이케아의 컬렉션 제품인 PS라인, 키즈가구 등을 거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수십 개의 룸을 마치 실제처럼 재현해 놓은 것을 볼 때면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베란다도 마치 집에서와 똑같은 자연 채광을 주기 위해 아예 벽을 뚫어 놓기도 했다.

이케아는 조립 가구를 많이 판매하기 때문에 주방가구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방가구나 욕실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주방가구는 25년간 품질을 보증해 준다고 한다.

이케아에 있어서 키즈가구 시장은 주력 카테고리로 보였다. 연령대별로 맞춰놓은 침대를 비롯해 다양한 아동 용품들이 즐비했다.

이케아 스톡홀름 매장 입구 앞에 오픈 전인데도 고객들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케아에서 TV와 오븐,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가전제품들은 아직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케아 특성상 오래지 않아 전 세계로 판매될 시점도 멀지 않아 보인다.

매장 곳곳에는 스웨덴 곳곳에서 온 이케아 직원들이 현장에서 판매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에 판매하기 시작한 TV 등 가전제품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케아 제품이라고 하면 북유럽 스타일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모던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았다. 이는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의자를 판매하는 곳에는 엘름홀트 이케아 테스트랩에서 봤던, 의자 테스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이케아의 높은 품질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쇼핑 중간에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이케아는 남자 화장실에도 불구하고 아기와 함께 온 남자를 위해 기저귀갈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거기다 화장실이 너무 깨끗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원형을 돌며 쇼핑하는 게 힘든 고객들을 위해 따로 에스컬레이터도 있어 다양한 동선으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좋았다.

고객들은 매장을 돌며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가격표 뒤를 보며 나중 구매할 때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제일 큰 매장인만큼 이케아의 모든 제품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가격도 부담이 없어 구매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는 아닌 듯했다.

오히려 이케아 매장에서는 얼마나 필요한 것만 사고 나갈 것인지, 소비를 인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에는 물류창고 같은 곳이 나오는데 미리 체크해 놓은 물건을 그 곳에서 찾아 계산대로 가면 된다. 이케아의 매장 구조는 한 방향이어서 한번 지나간 곳을 되돌아가려면 밖으로 나가 다시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또 이케아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외식사업이었다. 처음 이케아가 레스토랑을 오픈한 배경은 창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엘름훌트 매장을 오픈한 이후 고객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한다.

이후 고객들이 오랜 시간 매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이케아 매장 안에 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규모를 작게 가져갔지만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고객들은 컨베이어벨트 위에 있는 것처럼 줄서서 기다리다 앞에 음식이 보이면 집어서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된다.

이곳에는 스웨덴식 미트볼이나 연어, 샐러드,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한화로 약 1만원에서 2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이케아는 전 세계에 레스토랑을 낼 때마다 현지 음식도 함께 내놓는다고 하는데 아직 한국은 어떤 메뉴를 선보일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단순히 가구업계와의 경쟁 구도 뿐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 나아가 가전업계와의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또 이케아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케아가 국내에서 일으킬 변화를 기대로 봐야할지 걱정으로 봐야할지 고민이 앞선다.
이케아 스톡홀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TV 전시장 모습. 현재는 유럽 일부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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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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