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해수부 부산청사 개청식
북극항로 개척·해양 수도 본격
지방선거 대비한 결정 아니라면
해수부 권한 강화로 힘 실어줘야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부산 시대를 선언했다. 대통령을 앞세워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닻을 올렸다.
해수부는 23일 부산청사 개청식을 통해 동남권 해양 수도 완성과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북극항로 선제 대비를 위한 원대한 포부를 알렸다.
이날 해수부는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서 동남권에 해양수산 관련 행정·사법·금융·산업 기능을 집적해 해양 수도권을 조성하고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개청식은 현판 제막식을 시작으로 부산 이전 기업(SK해운, 에이치라인) 감사패 증정식,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 행사에는 이 대통령과 함께 박형준 부산시장, 시민 대표 등 지역 인사와 해양수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개청식에서 직원들에게 “대한민국의 해양 수도인 부산에서 우리나라 해양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를 넘어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까지 아우르는 초거대 경제권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 중앙부처가 단독으로 지방 이전한 사례가 처음이다. 자칫 ‘지역 기관 전락’ 우려를 뒤로하고 사실상 850여 명의 직원을 강제 이주시켰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 민간 기업, 해수부 산하(공공) 기관의 이주도 병행해 추진 중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다른 정부 기관에 ‘전례’가 됐다. 앞으로 중앙부처는 물론 주요 공공기관(공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나픈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기대할 점도 많다. 우선 글로벌 해양 수도 건설이다. 세계 2위 환적 항만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행정(해수부)과 사법(해사법원), 금융(동남권투자공사 등) 기능을 집적해 싱가포르나 함부르크 같은 세계적인 해양 클러스터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북극항로 시대 개막에 대비해 부산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해운·물류 기업의 동반 이전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제2의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꿈꾼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한 강화·기능 확대 없이는 목표 달성 불가
해수부 부산 시대가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돼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부처 권한 강화·기능 확대다. 이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해수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고, 동남권 신해양수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권한을 쥘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 단체는 “부처의 기능 강화나 관계 기관의 동반 이전이 특별법에 명확히 담기지 않는다면, 행정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이런 지적이 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법은 해수부 부산 이전의 법적 근거다. 법안명에는 ‘부산 해양수도’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나, 핵심 사항인 해수부 기능 확대 내용은 삭제됐다. 지난번 정부 조직개편 때도 조선·해양플랜트 기능을 해수부로 이관하는 내용은 빠졌다.
2차관 신설과 같은 부처 확대 요구도 조직개편에서 배제됐다. 해수부 2차관 신설은 북극항로 개척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수산 분야 업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비롯했다. 여야 의원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는 진척이 없다. 정부마저 ‘선(先) 부산 이전, 후(後) 조직개편’ 기조를 내세워 조직 확대 문제는 뒤로 미루고 있다.
이처럼 해수부가 부산 이전을 통해 목표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특히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시민사회나 전문가들은 조직과 기능 확대 문제는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성기 부산항미래정책연구원장 “해수부와 관련된 기관 이전 자체를 넘어 부산의 신해양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실효성 있는 전략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부산항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기능, 위상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거제·울산·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양수도권 경제벨트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지, 해수부가 주도하는 정부 합동 종합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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