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동갑' 최고령 과자, 지금도 판매량이 무려...

조소영 기자

입력 2014.09.09 10:06  수정 2014.09.09 18:12

각종 디저트와 수입과자들로 인해 '과자의 성' 흔들려

풍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왕년의 제품들'은 무엇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때까지 우리들의 심심한 입 또는 출출한 배를 달래줬던 건 달콤하거나 짭조름한 맛을 품은 과자들이었다. 감칠맛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 중독성 있는 CM송까지 겸비했던 과자들은 누구에게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를 대체할 각종 디저트와 수입과자들이 자리를 잡자 견고했던 '과자의 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제과업계 전략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보다는 과거 인기를 구가했던 제품들을 선별해 기존의 맛에서 또 다른 맛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렇다면 모진 풍파에도 불구하고 왕년은 물론 현재까지 살아남은 제품들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국내 대표 제과업계 4사(해태제과·농심·롯데제과·오리온)의 최고령 제품들을 통해 답을 찾아봤다.

해태제과, 입에서 살살 녹는 '연양갱'

1945년생인 연양갱은 국내 대표 제과업체 4사(해태제과·농심·롯데제과·오리온)의 최고령 제품들 중에서도 고참이다. ⓒ해태제과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1945년생으로 제과업체 4사의 최고령 제품들 중에서도 큰형님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태어난 연양갱은 당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난처인 부산으로 양갱 솥과 보일러가 옮겨지면서 생산이 이뤄졌다.

잘 씻은 팥과 웰빙식품인 한천을 조려 만든 연양갱은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연양갱은 이 맛을 유지하는 한편 약간의 변화를 통해 진화하는 시대에 적응했다. 2004년 단맛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호두가 함유됐고 2005년에는 홍삼 농축액이 첨가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봄 시즌 등산, 레저족을 겨냥해 '연양갱 골드'가 출시됐다. 저지방 우유 7%를 첨가해 우유 1팩(200ml) 분량의 칼슘(182mg)을 함유한 고급 제품이 됐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기존 연양갱에 비해 덜 달뿐더러 부드러운 우유의 고소함까지 느낄 수 있게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양갱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중장년층만이 찾던 '추억의 먹거리'였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등산 또는 마라톤 전후의 간식, 20~30대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연양갱은 양갱시장 점유율 80%, 월 평균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해태제과의 효자 제품이다.

농심, 짭조름한 새우의 맛 '새우깡'

새우깡은 1971년 출시 당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
'손이 가요, 손이 가.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입에 착 달라붙는 CM송을 지닌 농심 새우깡은 1971년 각고의 노력 끝에 출시됐다. 농심 측은 "새우깡은 우리 민족 고유 간식인 뻥튀기에서 착안돼 만들어졌다"며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사용한 밀가루 양은 360t(톤)"이라고 말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감칠맛이 특징인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는 파칭(Parching)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새우깡 한 봉지에는 전라도 군산, 장항 일대에서 잡히는 국내산 꽃새우가 약 4마리 들어있으며, 마무리는 신안군 천일염으로 한다.

새우깡은 출시되자마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농심 측은 "당시 대방동 스낵공장 앞에는 새우깡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선금을 갖고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새우깡 출시 첫해 생산량은 20만6000박스, 그 다음해에는 20배가 늘어난 425만 박스였다.

시간이 흘러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매운 새우깡'과 '쌀 새우깡' 버전도 출시됐다. 기본 제품(90g)에서 크기를 줄인 '미니 새우깡(30g)' 또는 4배나 많은 '대용량 새우깡(400g)'도 판매되고 있다.

현재 새우깡은 일본, 중국, 남미 대륙 등 전 세계 7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중국의 타오바오몰과 미국 월마트에서 직영 판매되고 있다.

롯데제과, 달콤상쾌한 '대형껌 3종'

후발주자로 껌 시장에 나섰던 롯데제과는 '대형껌 3종'으로 선두발주자였던 해태제과를 앞질렀다. 사진은 1980년대 '대형껌 3종'의 모습. ⓒ롯데제과
보통 보잘 것 없이 적은 돈을 일컬을 때 '껌값'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롯데제과에게 있어서만큼은 껌이 지금의 롯데제과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롯데제과의 껌을 표현하는 CM송이자 캐치프레이즈인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롯데제과는 해태제과 등이 자리잡고 있던 껌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후 1972년 쥬시후레시·후레시민트·스피아민트 등 '대형껌 3종'을 출시하면서 선발주자였던 해태제과(셀렘민트껌 등)를 누르고 껌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된다.

당시 '대형껌 3종'은 기존 껌이 주원료로 초산비닐이라는 인공수지를 이용한 것과 달리 멕시코산 천연치클을 사용해 식감을 살려 주목받았다. 또 껌의 길이나 무게에 있어서도 타 업체보다 우위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쥬시후레시는 노란색 포장지에 과일향과 달콤한 맛, 후레시민트는 초록색 포장지에 개운한 맛, 스피아민트는 흰색 포장지에 상쾌한 박하맛이 특징이다. 현재까지도 이 틀은 지속되고 있으며 롯데제과에 따르면 '대형껌 3종'은 약 100억원의 연간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 가족·친구와의 따뜻한 정 '초코파이'

폭신한 촉감과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초코파이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1974년 출시 당시 모습. ⓒ오리온
1974년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가족,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 국민의 대표 간식으로 꼽히며 캐치프레이즈인 '정(情)'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경제성장에 따른 고급화 바람이 불던 1970년대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 이들이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본 경험이 현재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초코파이 탄생의 씨앗이 됐다.

초코파이의 특징은 수분 함유량이 높은 마시멜로우와 비스킷, 초콜릿이 한데 어울리면서 먹는 이에게 폭신한 촉감과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오리온 측은 "출시 당시 초코파이가 지금과 똑같은 맛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끊임없이 변화해왔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초코파이의 최근 5년간 국내 매출액은 800억(2009년), 900억(2010년), 1050억(2011년), 1100억(2012년), 1200억(2013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리온은 달콤한 맛과 붉은색 포장지로 중국시장을 잡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한해에만 약 20억개 이상의 초코파이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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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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