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X’ 김보경 인종비하, 알베스, 그리고 바나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8.22 14:36  수정 2014.08.22 15:11

김보경 입단 당시 부적절한 발언, 뒤늦게 논란

바나나 투척사건 대처법 모범사례, 동료들 힘 필요

말키 맥케이 전 카디프 시티 감독이 김보경을 향해 인종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영국 내 인종차별은 뿌리 깊은 사회적 병폐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김보경(25·카디프 시티)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말키 맥케이 전 카디프 시티 감독은 지난 2012년 7월 김보경이 입단하자 “빌어먹을 동양인, 카디프 시티에 떠돌아다니는 개”라는 내용의 문자를 이안 무디 현 크리스탈 팰리스 단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축구협회(FA)는 관련 문자 메시지 7000건, 이메일 10만 건을 확보한 상태다. 사면초가에 몰린 맥케이는 “농담이었다”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맥케이 감독이 평소 동양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맥케이 감독은 카디프 시절 ‘말레이시아 출신’ 빈센트 탄 구단주와 매끄러운 사이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빈센트 탄의 독단적인 운영과 아시아 마케팅에 맥케이가 불만이 많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결국, 불똥이 김보경에게 튄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종차별 발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럽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들이 힘을 합쳐 단호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SNS’를 통해 유럽축구계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NS는 파급효과가 크다. 영국에서 유명인사가 된 박지성을 비롯해 유럽서 활약하는 손흥민, 기성용, 가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 등이 인종차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 축구계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이는 곧 맥케이 감독에 대한 징계를 압박할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전례가 있다. 지난 시즌 스페인리그 바르셀로나-비야레알전 바나나 투척 사건이 본보기다. 당시 알베스가 코너킥을 차려는 순간 비야레알 관중이 바나나를 던졌다. 원숭이 취급 받은 알베스는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무언의 항의 표시였다.

이후 유럽에서 뛰는 남미 선수들이 합심했다.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를 비롯해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티아구 실바, 다비드 루이스 등이 SNS에 바나나를 들고 ‘그래 우리 원숭이다. 어쩔래?’ 인증샷을 공개했다.

효과는 거셌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앞 다퉈 관련 해프닝을 보도했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망신살이 뻗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비야레알 구단은 결국 벌금을 물어야 했다. 또 비야레알은 바나나를 던진 관중을 잡아 시즌권을 회수하고 평생 프로축구장 출입 금지령(블랙리스트)을 내렸다.

김보경 인종차별 사태도 유럽 전역에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파급력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영국 축구계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