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왼쪽)과 스콜라리 감독의 실패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 연합뉴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한국-알제전이 떠오른 경기였다.
브라질의 조직력은 독일의 맹공에 모래알처럼 허물어졌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넋이 나간 선수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채 기량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마치 빙판 위에서 볼을 차는 것처럼 위태롭기까지 했다.
브라질은 9일(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이 이처럼 처참하게 무너진 건 역사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비의 핵 티아고 실바(29)의 경고누적 결장이 아쉬웠다. 수비 조직력이 와해돼 전반에만 독일에 5골이나 내줬다. 백전노장 클로제(36)는 이날 한 골을 추가해 브라질 전설 호나우두(15골)를 넘어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자(16골)가 됐다.
브라질의 참패는 한국의 알제리전 참패와 묘하게 닮아 있다. 두 팀 모두 후방에서 공을 몰고 나오다가 끊겨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특히 브라질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인지 반응속도가 느렸고 조심스런 플레이로 일관했다. 독일은 이런 브라질을 상대로 바르셀로나처럼 행동했다. 정교한 패스와 개인전술로 브라질 수비진을 연거푸 벗겨냈다.
세자르 골키퍼의 부진도 아쉽다. 그답지 않게 반사 신경이 느렸다. 후반 쉬를레에게 내준 골은 평소의 세자르라면 충분히 쳐낼 수 있는 슛이었다는 평가다.
정신적 지주가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호나우지뉴(35), 카카(33) 등이 이번 월드컵에 발탁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스콜라리 감독은 노장을 대거 제외한 채 2012 런던 올림픽 준우승 멤버(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주축)로 월드컵에 나섰다. 하지만 긴급위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팀을 잡아 줄 카리스마 있는 선수가 이번 브라질 대표팀엔 보이질 않았다.
스콜라리 감독은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에게 지나치게 기댄 채 플랜B를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두 선수가 부진하거나 빠질 경우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노장 선수들의 배제로 인한 경험 부족, 골키퍼의 부진, 주전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감독의 전술 부재가 만들어낸 대참사다. 뼈아픈 실패를 맛본 한국과 브라질 축구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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