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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아빠 "여러분 미안해하지 마세요"


입력 2014.04.29 18:14 수정 2014.04.29 18:21        스팟뉴스팀

포털사이트에 편지 남겨 "아이들 위해 기도만 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의 편지 화면 캡처.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의 편지 화면 캡처.

그냥 우리 아이들 천국 가서 열심히 뛰어놀고 행복하라고 기도만 해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

29일 ‘세월호’ 희생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애절한 마음을 담아 남긴 글의 한 문구다.

‘오늘도좋은날’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남긴 ‘여러분 미안해하지 마세요(세월호 희생아이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그는 “댓글 중에 어떤 분은 할 일이 없냐고 하시는데...네...지금은 할 일이 없습니다”라며 “잠도 오지 않고 눈을 감으면 아들의 얼굴만 떠오릅니다. 직장을 나갈 용기도 없습니다. 아직은...자식 보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동료들을 볼 용기가...없습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 측을 향해 “오늘도 종일 유가족 몇분 만나서 얘기 나누고 단원고 교장선생님 만나서 사고 이후 학교의 방관과 무관심에 항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모르겠습니다’로만 대답하는 학교 측에 속만 타들어갔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떤 학생의 부모가 진도에 내려왔는지는 파악해 본 적 있냐에도 또 침묵. 유가족이나 실종가족들의 부모에게 전화라도 한통 해 본 적 있냐에도 침묵. 아이들을 찾기 위해 한번이라도 선생님들이 나서서 동참한 적 있냐에 또 침묵”이라며 “그들의 메뉴얼은 죄송합니다와 침묵뿐...무엇이 그들을 침묵하게 했는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우리는 단원고가 없어질까봐 같은 유가족끼리 단원고를 살리는데 동참하자고 약속까지 했습니다”라면서 “학교가 우리 학부모와 제자들을 위해 한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담임샘이 그렇게 혼자 살겠다고 반톡을 무시한 채 탈출한 것을 알기 전까지...”라고 분노했다.

이어 “부모보다 선생님을 따르던 내 아들은 그렇게 선생님 말을 잘 듣다가 떠났습니다. 그런데 담임은 혼자 탈출하고 살아서 전화도 안받고 이제는 전화기도 없앴습니다. 저희들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미안할 일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죄송해하고 어른으로서 미안해하면 저희가 너무 죄스럽습니다”라며 “내 아들을 내가 지키지 못한 죄는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할 수 있는 시간에 시간 지연시키는 거짓말쟁이들에게 속아 말 한마디 못하고 회의만 해대는 그들을 보며 엎드려 기도만 했던 이 무능한 아비는....어찌해야 하나요”라며 “댓글들 하나하나 읽으며 제가 오히려 여러분께 더한 상처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감히 이글을 읽는 이 땅의 부모님들과 제 아들의 형님 누나들께 부탁드립니다. 그냥 우리아이들 천국 가서 열심히 뛰어놀고 행복하라고 기도만 해주세요. 저는 그거면 됩니다”라고 부탁했다.

이어 “모든 유가족의 마음인지 모르지만 성금...하시지 마세요. 제 아들 풍족하진 않지만 모자라지 않게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습니다. 저는 아빠입니다”라며 “이제 하루에 6끼 먹으며 방과후 수업료, 학비, 학교 급식비를 가져가야할 아이도 없는데....들어갈 돈도 줄어들었는데...여러분들의 귀한 돈 받기 부끄럽습니다. 그 돈으로 더 좋은 곳에 쓰시길 바랍니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쓰여서 저희 아이들 보고 싶어서 분향소 오실 때 그냥 애틋한 마음 간절한 마음만 가지고 오셔서 우리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평안하라고만 기도해주세요. 저희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언제나 제가 잠을 제대로 자고 다시 일을 나가고 웃을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개된 마지막 동영상에서 내 동생 걱정하고 엄마아빠 사랑한다고 말한 사랑 넘치는 내 아들을 영원히 영웅으로 기억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해당 글의 댓글을 통해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닉네임 ‘hsk***’는 “뭐라 할말 없습니다, 그저 눈물만 흘릴 뿐. 부디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마십시오. 아이는 우리들이 영원히 기억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위로했다.

‘골드***’는 “어떤 도움도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서 더 미안합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춥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잘 쉬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뿌니***’은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 수가 없네요...부디 힘내시고 착하디 착한 우리 아이들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기도합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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