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14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홈경기에서 스털링의 선취골과 쿠티뉴의 결승골 등을 묶어 맨시티를 3-2로 누르고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이로써 리버풀은 24승5무5패(승점77)를 기록, 2위 첼시(승점75)와 3위 맨시티(승점70)를 따돌리고 리그 선두를 굳게 지켰다.
경기 직후 ‘캡틴’ 스티븐 제라드(34)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리그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이날 맨시티전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리버풀 유스 출신으로 1998년 공식 입단한 제라드는 팀 동료들을 불러 모아 어깨동무를 한 채 눈물을 흘리며 “노리치전도 이렇게 하자”고 격려했다. 리버풀은 오는 20일 노리치 시티, 27일 첼시, 다음달 6일에는 크리스탈 팰리스, 다음달 11일에는 뉴캐슬과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리버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EPL 축구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다. 리버풀은 지난 1989-90시즌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 시즌 리그 정상에 등극한다면 24년 만이자 1992년 새롭게 출범한 EPL 제도 아래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다.
EPL 출범 이후 리그의 주인공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 맨유는 EPL 13회 우승으로 잉글랜드 최고 클럽으로 부상했고, 리그 통산 최다우승 명예마저 통산 20회 우승을 달성한 맨유가 가져가면서 리버풀(통산 18회) 이름을 지워버렸다.
리버풀에 입장에서는 퍼거슨 감독은 걸림돌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축구 전술과 경영도 당대 최고였지만, 그의 화려한 언변은 매번 심리적으로 리버풀의 심기를 흔들어 놓았다.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에 대해 "리버풀은 우승할 만한 스피릿(정신)이 없다"며 "이 점이 맨유와 리버풀의 차이다. 내가 맨유에 있는 한 리버풀이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1-12시즌엔 리그 경기 도중 발생한 에브라와 수아레즈의 인종차별 사건에서도 퍼거슨 감독은 "수아레즈는 리버풀의 수치다. 리버풀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명성과 가치를 훼손한 행동"이라는 독설로 리버풀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 침체기에 빠졌던 리버풀에 대해 "여전히 라이벌이지만 지금은 동정을 느낀다", "전력상 우승후보라 불리기 민망하다"는 등의 발언들을 통해 리버풀 구단과 서포터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퍼거슨의 동정 아닌 동정 때문일까. 하지만 퍼거슨 감독 은퇴 후 한 시즌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리버풀의 수치'라 맹렬하게 비판했던 수아레즈는 이번시즌 29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며 팀의 우승 도전에 1등 공신이 됐고, 리그 우승에 분수령이 됐던 맨시티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선수단 전체가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내가 있는 한 리버풀 우승은 없다”고 말했던 퍼거슨 감독. 역으로 퍼거슨이 떠난 지금, 리버풀은 분명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됐다. 퍼거슨 감독이 떠난 EPL 무대서 제라드를 구심점으로 한 리버풀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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