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아 글쎄 아직도 묻자나 그게 뭐냐고!

이슬기 기자

입력 2014.03.30 10:17  수정 2014.03.30 10:17

<기자수첩>정치부 기자 끝나기전에 알 수 있으려나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로 환복한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앙대요”, “느낌 아니까”, “이건 특급 칭찬이야”

인기 예능이나 드라마의 말 한마디가 대중에게 꽂히는 순간, 온갖 군데에서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져 나온다. 아무데나 갖다 붙여도 통하는 매력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여기도 걸고 저기도 건다.

딱딱한 여의도에도 한창 뜨거운 유행어가 있다. 여·야·정을 막론하고 매 회의와 각종 브리핑마다 언급할 뿐더러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애용하는 유행어, ‘새정치’다.

새정치의 원래 형태는 ‘새(로운) 정치’라는 두 어절의 단어다. 띄어쓰기가 필수다. 이를 ‘새정치’라는 고유명사로 만든 원조 격이 바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9월 정치판에 등장한 이후부터 정치 쇄신을 외치면서 일찍이 새정치 브랜드를 선점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18대 대선, ‘안철수 신당’이라 불리던 새정치연합의 출범에서 통합 신당 창당까지, 그는 때마다 새정치를 외쳤다. 국민, 약속, 삶, 혁신 등의 단어들이 새정치를 규정하는 데 주로 쓰였다.

지난해 12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당시 광주지역 설명회에서는 새정치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좋은 정치, 착한 정치, 바른 정치”라는 유의어도 내놨다.

하지만 새정치라는 말이 등장한 때부터 현재까지 모호함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월 열린 대국민 토론회에서도 ‘새정치 플랜’을 야심차게 내놓았으나, 국회의원 소환제와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권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으로 꾸려졌다.

곤란한 질문에는 동문서답으로 맞섰다. 회피성 답변은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지난 26일 신당의 창당대회 후 기자회견에서도 지도부 구성과 관련, ‘도로 민주당’이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늘 중으로 소개시켜드릴 것”이라며 엉뚱한 대답만 남겼다.

어느 순간부터는 ‘좋은 단어들의 단순 나열’이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중이 열광하는 안철수의 ‘이미지’는, 새정치의 핵심을 간파하기에 너무 뭉뚝했다.

민주당, 새누리당도 앞다퉈 '새정치' 타령?

유행어를 읊어댄 건 안 대표만이 아니다.

통합 직전까지도 ‘그게 무슨 새정치냐’며 사안마다 볼멘소리를 해오던 민주당은 결국 한 배를 탔다.

지난 1월에는 윤여준 전 장관의 합류를 두고 “안철수 새정치는 애매모호한 신호”라고 공격을 퍼붓는가 하면 다음 달에는 아직 당의 형태도 갖추지 못한 새정치연합을 향해 근거도 없이 “사람 빼가는 게 새정치냐”고 앓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다를 바 없다.

한동안 손도 대지 않았던 원자력방호방재법을 부랴부랴 처리하느라 야당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새정치’를 타령처럼 입에 오르내린 것.

지난 3월 새누리당은 방송법 등 민생 현안과 함게 처리하자는 야당을 향해 대통령의 체면을 내세우면서 “국격과 직결된 사안에도 당리당략밖에 모르는 신당이 무슨 새정치를 하겠느냐”고 비판을 퍼부었다.

특히 지난 27일 야당의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결정을 두고 약속을 깬 당사자가 무책임 운운하며 또다시 새정치를 공격용으로 사용한 건 그야말로 무책임한 행태다.

이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의 상표를 비유로 든 후 “아무 물건이나 진열한 뒤 소비자들에게 고르라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정당 대신 국민들이 직접 알아서 인물들을 살펴보라는 것은 새정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폐해를 안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 마디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새정치가 무엇이냐고 반문하지만, 거꾸로 자신들이 내세우는 새정치는 무엇인지조차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2월 새정추 국민 토론회에서 “새정치는 설명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행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며 새정치 논쟁을 ‘우문우답’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묻고 답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라는 새정치를 안 대표와 정치권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느낌 안다’는 한 개그우먼은 민망한 경험도 다 해봤다는 자신감으로 유행어 제조기에 올랐다. 입만 열면 ‘새정치’로 공격과 방어를 일삼는 이들이 새정치의 경험은커녕 느낌이라도 아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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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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