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패'가 문제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3.18 12:52  수정 2014.03.18 12:56

3차전서 64-81 덜미, 체력 비축 기대에 찬물

‘헤인즈 의존도-심스 활용법’ 여전히 찾지 못한 해법

서울 SK 문경은 감독에게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 서울 SK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참담한 패배였다.

프로농구 서울 SK가 17일 고양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스에 64-81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 SK가 여전히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여전히 앞서 있지만,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정규시즌 포함 올 시즌 오리온스전에서 9경기 만에 당한 첫 패배인 데다 무려 17점차 대패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단순히 1패라기에는 SK로서 잃은 것이 많았다. 정규시즌 막판 우승경쟁에서 밀려나며 3위까지 내려앉은 SK 입장에서 6강 플레이오프는 소모전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라운드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울산 모비스임을 떠올릴 때, 어떻게든 오리온스와의 6강전에서 출혈을 최소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3차전 패배로 시리즈 향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SK의 불안요소가 또 드러났다는 것도 찜찜하다. 사실 상대전적에서의 우위와 달리, 올 시즌 SK가 오리온스를 압도한 경기는 거의 없다.

올 시즌 오리온스전에서 8승을 거두는 동안 무려 4번이 끌려가다가 4쿼터 이후에 거둔 역전승이었다. 뒷심이 강한 것이기도 하지만, 쉽게 이긴 경기도 없는 셈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역전승을 거두기 전까지 무려 15점차 이상 끌려가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이 오리온스전 연승에도 내용 면에서 불안감을 드러냈던 이유다.

3차전은 분위기와 전력상 모두 SK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2차전 역전패로 오리온스의 사기가 크게 꺾인 데다 부상을 당한 한호빈-김동욱 등 주축 선수들의 전력누수도 컸다.

하지만 3차전의 흐름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삭발투혼을 불사한 장재석을 앞세운 오리온스의 투지와 기 싸움에 오히려 SK 선수들이 초반부터 밀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앞으로 SK를 상대할 가능성이 있는 팀들에게 강한 피지컬과 높이를 앞세운 오리온스의 거친 수비가 'SK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교훈을 안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의 에이스는 역시 애런 헤인즈다. 하지만 헤인즈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종종 SK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헤인즈는 이날도 24분 44초 만에 17점 8리바운드를 올리며 외형적으로는 여전한 위력을 보여줬지만 야투 적중률이 33%(4/12)에 그치며 평소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고 자유투로만 9점을 기록했다.

오히려 김강선의 거친 수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다가 더블 테크니컬파울을 받은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흔들렸다.

헤인즈가 안 풀릴 때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는 커트니 심스지만, 이날 15분을 뛰며 6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 심스가 투입되면 높이와 매치업에서 강점이 있지만 그만큼 조직력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술 이해도와 기동력이 떨어지는 심스 때문에 SK의 장점인 빠른 공수전환과 변형 드롭존의 위력을 극대화하기가 어렵다. 1년 가까이 심스의 활용도를 두고 실험을 계속 해왔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해답은 구하지 못했다.

SK는 단지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니라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과연 SK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 모비스나 LG같은 우승후보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기대보다 우려를 키운 3차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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