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철옹성? 떠오르는 새누리당 빅맨들

조성완 기자

입력 2014.02.20 07:44  수정 2014.02.20 08:03

정몽준-김황식-이혜훈 빅매치 가능성 높아지자 지지율도 상승

민주당, 흥행 요인 안보이고 안철수 이어 정의당 변수로 고심

6·4 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철옹성’으로 평가받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상대로 누구를 내세울지 고민이었지만, 최근 이혜훈-정몽준-김황식이라는 세명의 카드가 일찌감치 ‘붐업’ 효과를 일으키면서 박 시장의 턱 밑까지 바싹 추격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박 시장의 대항마로 뚜렷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 새누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의 신당 ‘새정치연합’에 이어 ‘정의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서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혜훈-정몽준-김황식, 대선급 ‘트리플 경선’ 통한 흥행몰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서는 인물 면면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대선급’ 진용을 갖추고 있다.

현역 최다선인 7선의 정몽준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 출마했으며,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도 대법관과 감사원장, 총리를 역임한 거물급 인사이며, 친박계 주류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넓은 당원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당내 대표적인 여성 경제통으로 꼽힌다.

이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정 의원과 김 전 총리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격돌할 새누리당 공천 경쟁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박 시장을 상대로 10% 이상 지지율이 벌어졌던 새누리당 후보들이 최근 오차범위(±3.1%p) 내로 바짝 추격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 17일 ‘한국경제’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정 의원이 나설 경우 36.1%의 지지율로 박 시장(38%)과의 차이가 1.9%p에 불과했다. 김 전 총리가 나설 경우에는 37.2%(박 시장) 대 34.1%(김 전 총리)로 3.1%p 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다만 이 최고위원의 경우 26.9%를 기록하며 박 시장(40.9%)에게 14%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고민 중인 정 의원과 김 전 총리도 ‘출마’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도 이제 (공식 입장 발표를 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중국에 갔다 와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중국방문 일정이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인 점을 감안할 경우 이르면 다음주 초에 출마여부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총리도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출마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철하게 판단해 이른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지난 11일)”는 기존 입장에 비해 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적어도 한 달은 있으면서 센터 일을 돕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비춰볼 때 구체적인 출마여부는 3월 중순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지난해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서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도 없고, 원희룡도 없고, 남은 건 안철수 뿐...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원순’이라는 카드가 워낙 막강해 당내에서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등 막강한 경선 경쟁 상대를 맞이했다. ‘룰의 전쟁’으로 한차례 경선이 요동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치열한 당내 경선에서 살아남은 오 시장은 결국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0.6%p차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 박 시장 입장에서는 ‘나경원’도 ‘원희룡’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던 추미애, 박영선, 이인영 의원 등이 후보군이지만 아직까지 나서는 사람이 없다. 박 의원의 경우 최근 서울시장 출마보다는 원내대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실상 당내 경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흥행몰이에 맞불을 놓을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움직임도 민주당으로서는 관심사항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새누리당-민주당-새정치연합’의 3자 구도로 가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를 감안한 듯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성향의 지지자들의 표만 분열시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를 낳는다면 국민이 아주 비판적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내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정의당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지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회복한 노 전 대표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해 지난해 2월 14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와 함께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노 전 대표는 정의당 당원으로 복귀해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특히 정의당에 뚜렷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표는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럴 경우 천호선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서울시장-경기도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야권이 그동안 관철해 온 “정치공학적 선거연대는 없다”는 주장에 반하기 때문에 빅딜이 성사되더라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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