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세계대회 출전 '해외 여행 될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2.09 16:39  수정 2014.02.10 07:24

아시안게임 겹쳐 농구월드컵 대비 전무

본선진출 무의미, 안일한 태도로 발전 없어

한국농구는 힘겹게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었지만, 정작 본선 준비는 뒷전이다.ⓒ 연합뉴스

2014년 한국 남녀 농구는 두 개의 중요한 국제대회를 치러야 한다.

하나는 세계농구선수권(농구월드컵), 다른 하나는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대회 자체의 수준이나 위상은 세계선수권이 월등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농구에는 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세계 대회에 나가봐야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반면, 아시안게임은 홈에서 열리는 대회로 우승 가능성도 높다.

또 올해 세계대회는 아시안게임과 일정이 겹친다. 대회 기간이 아시안게임 일정과 정면으로 겹치는 여자농구는 부득이하게 대표팀 이원화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세계대회에는 젊은 선수들 위주의 2군이 나고, 아시안게임에 1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원화에 맞춰 감독도 별개로 선임했다.

그나마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사이에 1주일 간격이 있는 남자농구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않는 이상 일정이 겹칠 일은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원화는 없지만 역시 무게중심은 아시안게임이다.

아쉬운 점은 세계대회 출전기회의 의미를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는 듯한 한국농구계의 태도다. 아시안게임의 중요성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2개의 대회에 균등하게 무게를 둘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대로라면 남녀 농구가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의미가 전혀 없다.

여자농구는 지난 2010년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을 만큼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남자농구는 이번이 무려 16년 만에 농구월드컵 본선진출이다. 오랫동안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 하락으로 실망해왔던 농구팬들에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선전은 작은 희망을 보여줬다.

물론 현실적으로 한국농구가 세계선수권에서도 성적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자의 경우 1승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대회에 도전하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보면서 세계농구의 흐름이 어떠한지, 배우고 반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코트에서 활약하는 선수나 감독은 물론 농구라는 산업에 관련된 모든 종사자들에게 마찬가지다. 어떤 분야든 끊임없는 공부와 투자 없이 발전은 없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한국농구가 힘들게 세계대회 티켓을 따낸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일 정도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의 성공 이후 반짝 조성된 농구 붐을 계기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일어났지만 현실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

다른 농구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평가전과 전지훈련 등 2014년 대표팀 운영일정을 확정짓고 상대국들의 전력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농구계는 아시아선수권이후 감독 재선임과 대표팀 이원화 확정 정도가 전부다.

프로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대표팀 사령탑은 농구월드컵에서 만날 상대국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솔직히 아는 게 없다"고 고백하는 게 한국농구의 수준이다.

세계대회 출전에서 과연 무엇을 얻어야할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세계대회에 나가봐야 외화만 낭비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구의 미래에 대한 팬들의 실망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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