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응답하라 시리즈도 사투리 안쓰면 안뜬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4.02.01 10:05  수정 2014.02.01 16:30

<김헌식의 문화 꼬기>상대방 윽박지를때나 사용돼 아직도 유희코드로

최고의 화제를 낳고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화면 캡처.

요즘 대중문화에서는 사투리가 흥행에 대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들이 많다. 또한 사투리가 더이상 변방의 배제 대상이 아니라 주류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스타들은 사투리 연기에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며 사투리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제작자들은 실제 사투리에 대한 연구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려 한다. 어휘들을 좀 더 충실하게 반영하거나 그 지역 출신들의 연기자들을 기용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렇지만 사투리는 여전히 어떤 유리벽 안에 갇혀 있는 듯 하다.

만약 '응답하라 1994'에서 사투리가 빠진다면 시청률은 어땠을까? 시청률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투리는 재미를 위한 요소로 태생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주로 조연급 감초 캐릭터에 집중되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응사는 사투리를 쓰는 감초형 캐릭터들을 전면에 부각시켜 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대학가 하숙집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상경한 그들이 만약 진지한 상황설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감정의 직설적인 배설과 감정들의 얽힘은 사투리를 희극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계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응사가 예능형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유를  바로 이런 사투리와 희극적인 코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시에 대한 선망성과 함께 예능적 상황 설정 속에서 각 캐릭터들은 사투리가 가진 용도를 잘 활용했다. 따라서 그 후속편은 사투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복고와 촌스러움, 사투리는 시너지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사투리는 대중문화 속에서 몇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등장인물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정서를 드러내기 위한 용도이다. 엘리트들은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진지한 사유와 행태를 보이는 이들은 사투리 구사와 멀다. 이런 면은 대개 조폭영화에서 사투리가 등장하는 이유가 된다. 반문화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할 때 사투리가 사용된다.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사용된다.  

사투리는 비속어를 느낌을 통해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더 부각시킨다. 거친 말도 사투리로 전환한다면 감정의 강조를 낳을 수 있다. 대체적으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이들의 표정과 정서는 극단적이기 쉽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이런 감정의 직설적인 배설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에 표준어 보다는 사투리가 더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감정 갈등과 해소를 부각시켜낼 수 있다.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도 이런 점들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잘 다뤄지지 않던 충청도 사투리의 면모를 부가하려 했다. 이 영화는 '응답하라 1994'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으로 모두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세련되었다고 내세우는 패션 코드들이 오히려 촌스러움을 강화 한다. 피 끓는 청춘은 주로 폭력 서클 학생들을 중심으로 사투리 구사를 내세우고 있으며, 그 사투리 구사는 촌스러움과 함께 재미와 유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이 구사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과몰입이나 선망은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응사는 비록 사투리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신촌의 엘리트 학생들이라는 점 때문에 몰입과 선망의 대상으로 캐릭터들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변호인'에서도 법정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사투리는 거의 대부분 재미와 유희적이다. 영화 내내 치열한 법정 공방은 촌스러움에 남지 않고 시대적 화두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투리를 이제 우리의 말글살이의 풍부함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여전히 사투리는 겉돌고 있다. 재미와 유희 코드를 부각시킨다. 마치 사투리를 재밌게 구사해야만 그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상대방을 윽박지르거나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는 단어들만 각광을 받는 셈이 된다. 이는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또한번 왜곡할 수 있는 기제가 되고 있다. 또한 사투리의 어휘를 매우 협소하게 제한 시켜 강화한다. 과거 조폭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영화에서 통용 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과 다름이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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