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열정이다” 반격의 삼성 농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11.19 08:43  수정 2013.11.19 09:07

1승 9패 뒤 5연승 행진, 단숨에 중위권 도약

더니건 합류 뒤 완성형 수비-팀플레이 과시

서울 삼성 김동광 감독. ⓒ 서울 삼성

서울 삼성의 반격이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가 개막되자마자 10경기에서 9패로 꼴찌에 그쳤던 삼성은 최근 외국인선수 마이클 더니건이 복귀하자마자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더니건 합류로 인한 골밑 안정이다. 개막 이후 2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더니건은 지난 7일 오리온스전부터 약 한 달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그동안 제공권과 리바운드 열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은 더니건 복귀 후 5경기에서 10.6점 9.6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안정감 있는 활약을 펼치면서 전체적인 수비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삼성은 더니건의 원맨팀이 아니다. 더니건 가세로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돋보이는 것은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삼성 특유의 끈끈한 수비와 팀플레이다. 김동광 감독이 부임한 최근 2년간 화려함을 버리고 '수비와 근성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의 현 주소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화려한 스타군단의 이미지가 강했다. 서장훈, 이상민, 이규섭, 강혁, 이정석, 김동욱, 김승현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는 삼성을 빛나게 했지만 동시에 끈끈함이나 팀워크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았다.

김상준 전 감독이 이끌던 2011년 창단 이래 첫 리그 꼴찌로 추락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은 리빌딩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상민, 강혁, 이규섭, 김동욱, 이승준 등 최근 몇 년간 간판스타들이 잇달아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며 삼성은 이제 더 이상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호화군단이 아니다. 위기에 빠진 팀을 재건하기 위해 삼성의 선택은 지난 2001년 삼성에 첫 우승을 안긴 백전노장 김동광 감독이었다.

김동광 감독은 전성기가 다소 지난 노장들과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못한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팀을 꾸렸음에도 지난 시즌 6강이라는 깜짝 성과를 이뤄냈다. 물론 지난 시즌 일부 경쟁팀들의 불성실 경기논란과 고의패배 의혹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삼성 역시 주축들의 계속된 부상으로 정상전력이 아니었다.

올 시즌도 삼성은 사실 약체로 지목됐다. 초반부터 더니건, 김승현, 박재현 등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는 악재도 겹쳤다. 하지만 삼성은 2라운드부터 서서히 되살아나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뒷심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막강한 삼성 포워드진의 주전경쟁에서 밀려 위축됐던 차재영이 제대 이후 서서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그리고 삼성 상승세의 출발점은 기복없는 수비에서 시작된다.

김동광 감독은 최근 경기중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공격은 기술이지만 수비는 열정이다"고 강조한다. 김동광표 삼성농구의 색깔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 승부하는 스타는 더 이상 없지만, 스타 없이도 열정과 근성으로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보이고 있는 삼성의 저력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