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마지막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FA로 풀린 문태종을 우선 지명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문경은 SK 감독은 KBL 최고의 슈터 문태종 대신 검증되지 않은 루키 박승리를 선택했다. 많은 이들은 SK의 선택에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흐른 현재, SK는 과연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까. 정답은 NO다. 오히려 문경은 감독은 박승리의 영입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박승리는 올 시즌 식스맨으로 나서고 있다. 12경기에 나와 11분 30초를 소화한 박승리는 경기당 1.9점 1.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LG에서 평균 14.9점을 넣고 있는 문태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적이다.
하지만 현재 SK에서 박승리의 가치는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문경은 감독은 올 시즌 박승리를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 시즌 박승리는 많은 시간을 뛰지 않고 있지만 고비마다 상대 주득점원에 대한 전담 마크맨으로 기용돼 '에이스 킬러'로 활약하고 있다.
박승리의 장점은 198cm의 장신에도 팔이 길고 발이 빨라 내외곽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수비에 대한 열정이 있고, 벤치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문경은 감독은 상대팀이 득점력이 좋은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를 내보낼 때 종종 박승리를 마크맨으로 투입한다. 박승리가 상대 외국인 선수를 수비와 박스아웃으로 어느 정도 견제해주면 아군의 애런 헤인즈나 커트니 심스를 토종 선수들과 미스매치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일 SK의 선택이 박승리가 아니라 문태종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클러치능력이 뛰어난 문태종도 SK에 충분히 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태종이 노장인 데다 기동력과 체력이 부족하고, 공격지향적인 선수들이 많은 SK에서 공수 밸런스를 갖춘 조합을 짜기가 까다로워졌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박승리의 잠재력을 KBL에서 확인할 기회도 없었을지 모른다.
박승리 이전에 한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귀화혼혈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에서 강점이 있었다. 문태종, 문태영, 이승준, 전태풍까지 모두 공격형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박승리는 수비전문 선수로도 KBL에서 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조금씩 한국 무대에 적응해가고 있는 박승리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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