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기적’ 마지막 순간엔 이승엽 있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한철 기자

입력 2013.11.02 00:05  수정 2013.11.12 22:58

한국시리즈 7차전 동점 1타점, 경기 흐름 바꿔

류중일 ‘나믿승믿’ 끝내 결실 맺으며 해피엔딩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주인공 잘 하잖아!”

7차전을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부진한 이승엽(38)을 놓고 언론과 팬들의 물음표가 시리즈 내내 따라다녔지만 류중일 감독의 대답은 언제나 ‘나믿승믿(나 믿을 거야 이승엽 믿을 거야)’이었고 결국은 그가 옳았다.

이승엽은 1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5회말 결국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유희관에 이어 등판한 데릭 핸킨스를 상대한 이승엽은 깔끔한 우전 적시타로 2-2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과거와 같은 시원한 홈런포도 결승 타점도 아니었지만 이 안타 한방은 사실상 경기 흐름을 삼성으로 가져온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5차전부터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한 삼성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삼성 벤치엔 승리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단 1개의 타점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에 쏘아 올리며 자신이 왜 스타인지 증명한 것이다. 삼성은 반전된 분위기를 이어가며 결국 6회말 대거 5점을 추가하며 두산을 7-3으로 제압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1승 3패로 뒤지고 있던 팀이 3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차지한 건 삼성이 처음이었다. 또한 3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었다.

이승엽은 삼성 ‘0%의 기적’의 주연은 아니더라도, 화려한 조연으로서 당당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의 하이라이트를 가장 많이 장식한 스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결승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동점 3점 홈런,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역전 2점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결승 2점 홈런 등 그의 홈런은 곧 한국 야구의 역사가 됐다.

그런 그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경기”라며 “이처럼 간절히 승리를 바라기는 실로 오랜 만이다”고 했다. 결국 이승엽은 자신의 바람대로 삼성의 2013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자신의 야구인생에 또 하나의 빛나는 훈장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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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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