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명인들은 쇼윈도 부부를 택할까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3.09.06 09:02  수정 2013.09.06 09:22

<김헌식의 문화 꼬기>모든 커플이 잉꼬부부이길 원하는건 판타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경우 남편과 아내의 사이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행복하고 다정한 부부 이미지를 연출한다. 부부 생활의 비법이나 원칙들을 열거한다. 그렇게 이상적일 수 없다. 이른바 '쇼윈도 부부'다.

SBS '결혼의 여신'에서 홍혜정(이태란), 강태진(김정태)는 정치인 쇼윈도 부부를 보여주었다. 그들 앞에는 수많은 사람과 카메라가 있었다. 기업인들이 등장하는 많은 드라마에도 이러한 설정이 빈번하다.

최근 배동성 그리고 이선정 커플의 사례도 있었지만, SBS ‘자기야’에 출연한 6쌍이 파경을 맞아 자기야 저주하는 말이 만들어 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쇼윈도 부부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쇼윈도 부부는 기업인, 연예인, 정치인 등에서 많이 확인 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확인 될 수 있다.

흔히 밖에서는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가정 안에서는 각 방 을 쓰는 상황을 쇼윈도 부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각 방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쇼윈도 부부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과 같이 각자의 공간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주택건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까지 일반 주거용 주택에 안방이 두개인 집이 60%라고 밝혔다.

행복한 부부임에도 각방을 쓰는 것은 자율공간의식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별개의 집에서 함께 하는 LAT(Live Apart Together) 부부족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도 그러하다.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쇼윈도 부부는 사실상 정신적 물리적 이혼의 단계에 이를 만큼 심각한 불화의 지경이지만, 이혼을 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마치 진열대의 상품처럼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방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디스플레이를 잘해야 자신의 상품성이 높아진다는 맥락을 가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에는 상품의 본질을 잘 드러내기 보다는 과정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장된 디스플레이 부부가 쇼윈도 부부라고 보아야 한다. 어차피 유명인들은 언제나 노출되기 때문이다.

흔히 체면과 형식주의를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이런 쇼윈도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는 너무 사회적인 맥락인데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존심이 강하고 주변과의 경쟁의식이 있을수록 이런 부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 이러한 현상이 심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과 같은 부부생활이나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도 그렇다. 고학력이 지위가 있고 유명인 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부부 동반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이런 측면은 강해진다. 아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대에 이런 현상은 있을 수 없다. 결국 대중적 노출이 많은 상황에 있을수록 쇼윈도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여기에는 미디어 노출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미 언론이나 매스미디어에 노출된 이들은 그 사회적 주목 때문에 쉽게 자신들의 좋지 않은 모습을 공개하지 못한다.

연예인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방송 활동 때문에 억지로 화목한 모습을 유지하려 하기도 한다. 특히 방송이 한 회라도 아쉬운 경우, 그 방송을 통해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 하경우에는 디스플레이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겠다. 어쨌든 부부가 반드시 출연해야 프로그램이 성립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 보다는 더 파경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부부 사이에 아이들이 있는 경우, 그 자녀들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밖에서는 애정이 넘치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불화가 가득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자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교육이나 사회적인 차별을 우려하여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서 쇼윈도 부부를 유지하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힘든 사회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갖기 더 힘든 사회 일수록 단란한 가족을 유지하는 것은 커다란 능력이면서 우월한 지위를 나타낸다. 아이 한 명을 잘 키우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경제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미인, 미남배우자, 능력자를 배우자로 삼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나의 트로피 개념으로 결혼과 가정이 보여질수록 쇼윈도 부부는 늘어날 것이다.

한편으로 이혼한 경우 쏟아지는 편견의 시선과 이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일수록 이중적인 행동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혼한 가구의 자녀들에게 닥치는 차별적인 시선과 대우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하면 무능하고 무엇인가 결함이 있는 존재로 간주되기 때문에 쇼윈도 부부 행세를 더욱 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쇼윈도 부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인 자구책일수 있다. 또한 반드시 부부가 잉꼬부부이기를 바라는 것도 어쩌면 판타지일 수 있다. 사람이 수십 년 동안 항상 웃음과 기쁨이 넘치게 지낼 수는 없다. 한 방에서 1년 365일 꼭 생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강박이야말로 오히려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잉꼬부부가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경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사회에서는 평균 수명이 더욱 늘어나면서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잉꼬부부가 아니어도 같은 집에 호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이 곧 들게 될 것이다.

특히 유명인은 누구나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 유명세는 바로 남들에게 자신을 숨겨야 하는 대가로 돌아오는 것이다. 유명인이란 노출되지만 정작 숨겨야 하는 행태를 잘 해야 주어진 것이 유지되는 이들이다. 심지어 부부생활조차 위장을 해야 하는 연출의 삶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특히 미디어에 주목받는 삶일수록 그렇다. 오디션 열풍과 자기 홍보의 시대에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들에서 일반화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쇼윈도 부부 효과일 것이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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