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장기 불황, 한국 경제 덮치나?

김재현 기자

입력 2013.08.17 10:59  수정 2013.08.19 10:35

올해 2분기 한국 디플레이션 리스크 1999년 이후 가장 높아

전문가, 한국 장기 저성장, 일본식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제한적 전망

<사진설명> 경제주체들은 저물가 상황을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이 1990년대에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연합뉴스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인구 고령화, 원자재 가격 안정 등 경기부진의 악순환 위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1.4% 상승에 그치는 등 1%대의 저물가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주체들은 저물가 상황을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이 1990년대에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했다는 점을 볼때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주장은 개연성이 짙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991년 이후 물가상승 요인을 총수요 요인과 비용 요인으로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2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온 총수요 압력과 노동비용의 상승, 환율 상승이 외환위기 이후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 하락, 민간신용과 통화량 증가율의 둔화,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올해 2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일본에 비해 자산버블의 규모가 작고 경제주체의 기대심리도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에 치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 연구위원은 "통화와 재정정책의 여력이 높아 정책당국이 디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일본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했던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볼까.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향후 한국의 경제성장이 구조적인 둔화세를 시현할 것이나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한국경제가 가계부채, 생산성과 노동력 한계 등에 따라 2011년부터 2020년 중 평균 3.5%의 성장을 기록한 뒤 2021~2030년에는 평균 2.5%의 성장에 그치면서 구조적인 둔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화약세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강세가 일본수출에 미친 영향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예측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과거 일본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대조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다만, 과거 일본기업의 국내 설비투자 감소가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로 이어진 점을 주목해 기업의 국내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하반기 중 경기회복세 지속을 위해 수출회복은 필수라는 전망도 나왔다.

옥스포드 애널리티카는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국내경제 회복 모멘텀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수출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높은 수출비중을 감안할 때 수출회복이 경기회복 지속을 위해 중요하다"며 "다만 중국과 동남아 등의 경제불확실성 증가 우려, 엔화 약세 등은 수출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씨티그룹은 "한국 정부가 추가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를 고심하고 있으나 뚜렷한 윤곽이 나오는데 다소 시일이 소요됨에 따라 당분간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부동산 지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6월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동월대비 40% 감소했으며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미분양 주택제고가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6월 신규 아파트 선분양은 전년동월과 견줘 38% 증가했다.

이정화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에 대해 지방정부가 반대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만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관리 못지 않게 디플레이션 회피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의 고착화는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를 가져와 금융기관의 영업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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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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