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서 고이즈미 신지로 29표 차 제치고 당선
중의원 10선 기록한 비세습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짓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자민당 첫 여성 총재로 선출돼,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역사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156표를 기록하는 데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탄탄한 경력을 쌓으면서 일본 정계 '유리천장'을 뚫어온 여성 정치인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여성 의원 비율이 15%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1990년대 초반 처음 중의원에 입성해 총 10회 당선됐다.
그는 자민당 유력 인사 중 드문 '비세습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기시다 후미오 등 전직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모두 세습 의원이다. 이번 선거 주요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유명 정치인의 아들이다.
이들은 지역 기반·자금·지명도를 물려받았지만, 다카이치 총재는 평범한 맞벌이 가정 출신이다. 그는 1961년 3월 혼슈 서부 오사카 인근 나라현에서 출생했고 국립대인 고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에는 드럼을 연주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에 들어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 등이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다.
그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거쳐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아베 전 총리와 '국회 입성' 동기다.
다카이치 총재는 초선 의원 시절이던 1995년 3월 중의원 외무위 질의를 통해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면서 일찌감치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또 아베·기시다 정권에서 각료로 재임하면서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극우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과거 총리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바 있는 우익 성향 아베 전 총리에 빗대어 '여자 아베'로 평가받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그를 '보수파의 스타'로 칭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야스쿠니신사는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온 장소로 국책(國策·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강경한 자세는 한국, 중국과 외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내 일부 의원들의 우려를 야기했다.
그는 작년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반(反) 다카이치 세력 결집 등의 영향으로 이시바 총리에게 석패했다.
이시바 내각에서 그는 각료와 당 주요 보직을 맡지 않고 재야에 머무르며 강연 활동을 하고 공부 모임에 참석해 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삼수'에 나선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을 '온건 보수'라고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다소 유보하는 태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를 차관급에서 장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존경하는 인물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마쓰시타 정경숙을 세운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애독서는 '대처 회고록'이다.
의원 숙소에서 많은 자료를 읽는 등 열심히 공부하는 정치인으로도 알려졌다.
가족은 남편뿐이고 아이는 없다. 주간지 '주간분' 등에 따르면 전 자민당 중의원 의원인 남편 야마모토 다쿠와는 한 차례 이혼했다가 재결합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딸기 쇼트케이크와 닭고기구이다. 오사카가 중심 도시인 간사이 지역 인기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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