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2006년 ‘폐교에 가다 - 전설의 고향’ 편 이후 납량특집을 선보이지 않았다. (MBC 방송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선 최근 몇 년간 납량특집이 실종됐다. 지난 2006년 ‘폐교에 가다 & 전설의 고향’ 편 이후 상당한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재석과 하하는 “더 이상 공포체험은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나머지 멤버도 촬영 이후 밤잠을 설쳤고 노홍철은 가위에 눌려 후유증을 톡톡히 치렀다.
그러나 이런 고충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에 목말라 한다. 각 예능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올해만큼은 여름이 가기 전 정통 납량특집을 꼭 보고 싶다”는 청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정통적인 귀신특집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SBS ‘런닝맨’에서 방송한 ‘여고괴담’ 편은 공포와 거리가 멀었다.
사실 납량특집은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다. 2008년 '좀비 28년 후’가 대표적 예다. 비록 박명수의 돌출행동(?)으로 촬영이 조기 중단됐지만, 언론의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당시 김태호 PD도 “28년 후 기획이 28분 만에 끝났지만 시청자의 엄청난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르는 다르지만, 2009년 드라마 ‘전설의 고향’도 시청자의 폭발적 호응 속에 신인출연자가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은 직간접적 공포체험 문화를 즐기는 편이다.
그럼에도 예능 제작진이 납량특집을 꺼리는 이유는 고비용과 기획에 있다. 영화 촬영장 수준의 세트장이 필요하고 분장 미술팀, 특수효과, 탄탄한 기획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출연진 섭외도 에로사항이다. 유난히 겁이 많은 유재석과 하하는 함께 출연중인 SBS ‘런닝맨’에서도 공포 기획을 꺼리는 편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접 세트장을 만들기 어렵다면 ‘세계 유명 귀신체험 놀이공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방송을 통한 자연스런 관광지 홍보가 뒤따르는 만큼, 제작진은 광고나 협찬을 통해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완성도 높은 귀신체험 놀이공원 덕분에 예능 작가도 기획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출연진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새가슴’ 유재석과 하하는 다른 출연진이 충분히 보완해줄 수 있다.
전율미궁 ⓒ 후지큐 하이랜드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최적의 귀신체험 놀이공원으로 일본의 전율미궁을 추천해 눈길을 끈다. 전율미궁은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요시다(富士吉田)시에 위치한 후지큐 하이랜드의 명물 폐병원 세트장이다. 실제 공포영화 촬영지였고, 일본 예능 프로그램도 매년 다녀간다.
전율미궁은 세계에서 ‘가장 긴 귀신체험’ 건물이다. 총면적 3000평, 3층 건물에 길이 1000m, 방 수 55개, 문 200개, 복도 코너 79개, 계단 273개 병원으로 평균 소요시간만 ‘1시간’이다.
이것도 막힘없이 정 주행 했을 때의 소요시간이다. 남녀 혼성 이용객의 경우, 2시간을 훌쩍 넘는다.
세계 기네스북에도 오른 가장 긴 공포체험 전율미궁은 한류 아이돌 빅뱅이 체험한 바 있다. 병원 건물이 워낙 커 귀신분장 직원도 곳곳에 분산돼 숨어 있다.
전율미궁이 최적의 귀신체험 장소인 이유는 분위기에 있다. 특정 방마다 시체냄새, 피비린내, 썩은 고기, 기괴한 비명 등 오감을 쉴 새 없이 자극한다. 이용객은 보통 6명~7명이 한조로 움직인다. 이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멤버수와 비슷하다.
전율미궁의 배려는 난이도 조정에 있다. 평소 심장이 약한 이용객은 도중에 포기할 수 있다. 체험 중간 중간마다 두 개의 문(계속, 포기)이 있어 ‘포기 문’으로 나가면 바로 출구로 나갈 수 있다.
개장 10년이 넘은 전율미궁은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 완성도 높은 귀신체험 장소가 됐다. 매년 수십만 외국 관광객이 찾는 명소중 하나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디오 게임 ‘바이오 하자드’처럼 이용객에게 특수 베레타 권총을 쥐어주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기획 등 전율미궁은 단순한 놀이공원 수준을 초월한 정교한 세트장이다. 런닝맨 멤버들이 이곳서 ‘납량특집-물총 싸움’을 하거나 무한도전 멤버가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면 최근 몇 년간 납량예능에 목마른 시청자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납량특집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예능프로그램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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