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문화 꼬기>심리적만 아니라 생리적 대리욕망 충족
먹방은 먹는 방송을 말한다. 먹는 모습을 다룬 방송 그램은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지게 한 트리거는 바로 하정우의 먹방 모음이었다. 그는 먹는 모습이 흐믓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제 곳곳에서 먹방은 하나의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도 음식에 관련한 방송이 많은데 왜 새삼 먹방일까?
새로운 먹방 콘텐츠들은 기본 음식 프로의 과잉 액션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음식 프로그램을 대하고 있고 이것은 먹방에 해당한다. 하지만 새로운 먹방이 음식 프로그램과 차별화 되는 것은 리얼리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정우의 먹는 모습에는 표정이 없다. 오로지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특히 ‘황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아무리 맛이 없는 인스턴트나 조악한 음식도 참 맛있게 먹는다. 그 과정에서 과장의 말이나 호들갑의 오버 액션은 없다. 말 없는 그 섭취 행위 자체에서 사람들의 모방 본능까지 자극한다.
그러나 일반 방송 프로그램의 먹방은 과잉된 표정과 동작이 앞선다. 시청자와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기 이전에 그들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버려서 흥미를 잃게 만든다. 이미 오래전에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맛있어 보이지 않는 비신뢰의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먹방에는 타인을 향한 관음증의 심리가 기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어떻게 먹을지 궁금하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더 하기 마련이다. 특히 다른 음식문화권의 사람이 한국 음식에 대한 반응을 궁금해 한다. 예컨대 샘 해밍턴이 군대 음식 뽀글이를 어떻게 먹을지 궁금하다.
영화 '황해'의 한장면. 동영상 화면 캡처.
그가 먹은 군대 햄버거 '군대리아'와 '짬밥'도 마찬가지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일수록 그리고 낯선 음식을 먹을 때 사람들은 불안과 희열이 교차하면서 매우 진지하거나 희열의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같은 공감의 코드가 있다면 더욱 몰입한다. 이는 백인 일수록 증가한다.
동일시의 감정도 있다.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어떤 상황에 쫓겨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절박함이었다. 우리는 많은 경우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존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하정우처럼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혼자 밥먹을 때 곧잘 맛이 없거나 그 끼니를 때우는 음식 자체가 맛이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하정우는 혼자 맛있게 먹었다. 우리도 그렇게 맛없어 보이는 음식을 혼자라도 맛있게 먹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대리욕망의 관점도 여전하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심리와 같다. 맛있게 먹는 모습의 주인공을 보면 마치 자신이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생리학적인 효과와 맞물려 있다.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음식 섭취 행위 때문에 먹지 않아도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 방출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나 인물이 먹는 모습을 볼수록 이는 강화된다.
먹방은 홀로 먹는 이들에게 같이 먹는 느낌을 강화한다. 1인가구가 등장하거나 혼자 생활을 하면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같이 먹는 느낌을 주는 정서적 효과가 증가하고 있다. 먹는 방송을 통해 위안을 느끼거나 자신의 먹는 행위 자체를 초라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먹는 행위는 어느새 자아충족감의 행위가 된다.
최근에는 유희적인 코드가 강화되고 있다. 먹방은 그냥 먹는 모습이 아니라 재미의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로 예능 관련 먹방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이다. 음식에 관련한 에피소드나 섭취행위 자체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이런 맥락에서 게임의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무한도전’ 100회 특집에서 단연 화제는 바로 정준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었다. 게임 미션의 수행이 먹방의 재미를 더했다. 2013년 5월 정준하는 일반 시민과 자장면 먹기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정준하는 식신이라고 불렸는데 식신은 기이한 재주 관점이 강하고 먹방은 맛있게 먹는 모습에 초점이 있다. 강풍 앞에서 짜장면 먹기 도전을 해본 해밍턴의 모습이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비만과 다이어트의 사회의 역설도 존재한다. 음식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맞집 열풍은 한정이 없다. 우리는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고 싶다. 음식은 언제 어디서든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는 없다. 바로 비만의 위협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먹고 싶다.
이를 대신해서 마음대로 먹는 이들 먹방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이든 거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부담 없이 먹는다. 예컨대, 현실에서 자장면과 라면을 그렇게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까. 길티플레저를 뛰어넘는 그들이다. 풍요로운 시대에 오히려 먹을 것을 꺼리거나 가려야 하는 상황을 그들은 자유로운 영웅처럼 넘나든다. 과연 풍요로운 식사가 무엇인지 먹방은 묻고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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