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찍힌 CCTV화면 확보하고도 인적사항 확인 못해
광역수사대 4개팀 76명 동원해 밤새 택시기사만 추적
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의 진범으로 체포된 조모씨(26·남)의 성범죄 전과 기록을 경찰이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경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실종 여대생 남모(22)씨의 사체가 발견된 뒤 대구 중부경찰서는 김용주 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과 함께 술을 마셨던 조씨와 택시 운전기사를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씨의 얼굴이 선명히 찍힌 술집 CCTV 화면을 확보하고도 검거 전까지 조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에 조씨의 인적사항이 등록돼 있었지만,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일 검거한 뒤에야 알게 됐다.
앞서 조씨는 지난 2011년 4월 울산 중구에서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80시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3년을 선고받았다.
조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에 실패한 경찰은 대신 택시 운전기사를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체병력 46명에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4개 팀 30명 등 총 76명을 동원해 밤새 택시기사의 소재를 찾는 데 주력했다.
피해 여성이 머물렀던 술집에서 시신이 발견된 곳과 피해 여성의 자택으로 향하는 도로의 CCTV 화면을 모두 분석하고, 사건 발생 시각 이 구간을 통과한 택시와 승용차의 번호판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한 것.
하지만 이 같이 많은 병력과 시간 들여 택시기사를 체포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는 진범이 아니었다. 진범은 당초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하고도 추적을 포기한 조씨였고, 경찰은 결국 조씨가 진범일지 모른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을 듣기 위해 수십 명의 병력을 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범인 검거엔 성공했지만 발 빠른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력이 낭비됐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조씨의 얼굴이 담긴 CCTV 화면을 활용해 관활 지역의 전과자를 관리하는 북부경찰서와 공조를 이뤘다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는 이유다.
여기에 아무런 혐의가 없음에도 범죄자로 지목된 택시기사는 하소연할 곳도 없는 처지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인터넷상에서는 부실한 전과자 관리 시스템과 관련해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아이디 ‘mooj****’은 “신상공개하고 발찌만 채워두면 뭐하나. 관리를 안하 는데”라며 “신상공개와 발찌를 왜 채우는지 경찰들만 모르는 것 같다. 관리를 하기 싫거나 여건이 딸려 힘들면 성범죄자들 중형을 때리란 말이다. 못나오게”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아이디 ‘cns5****’은 “성범죄자들은 경찰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모두 공유시켜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라고 말했고, ‘syse****’은 “용의자들의 성범죄 전과기록도 조회해보지 않고, 휴대전화 위치와 용의자 집주소가 일치했는데도 무조건 물량공세로 밀어 붙이다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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