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3연패, 류현진 허상이 빚은 참사?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4.16 09:44  수정

세대교체 실패가 지금의 부진 원인

류현진 등장 이후 막연한 신인 기대

한화의 예고된 참사는 김응용 감독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13연패 부진에 빠진 한화가 결국 불명예 기록을 떠안게 됐다.

한화는 13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서 상대 선발 우규민의 완봉 역투에 눌려 0-8 대패했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 2003년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했던 개막 연패 기록을 ‘13’으로 늘리며 깊은 침체에 빠졌다.

올 시즌 한화의 슬럼프는 예고된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의 가장 큰 문제인 얇은 선수층은 ‘프로야구 최다승’ 김응용 감독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실제로 한화는 13연패 기간, 타선은 침묵했고 마운드는 상대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급기야 야수들은 실책을 남발하며 전형적인 패배 공식을 써나갔다.

시계를 잠시 2006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2006년은 한국프로야구에 ‘괴물 투수’가 출현한 해. 한화의 거침없는 신인은 트리플크라운을 일궈내며 프로야구 첫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현재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이다.

사실 류현진이 특급투수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인식 감독의 배려로 데뷔 첫 해 선발 자리를 보장받았고,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전수받아 지금의 특급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일화는 류현진 자신도 직접 언급한 부분이다.

반면, 류현진 정도의 재목이었다면 다른 팀에 갔어도 지금만큼 성장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차피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류현진의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SK에 입단했다면, 한국에서의 통산 승수는 98승에서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가정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입단은 한화에 축복인 동시에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데뷔시즌이던 2006년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류현진은 물론 미국에서 돌아온 구대성이 37세이브로 ‘대성불패’의 신화를 이어갔고, 베테랑 송진우와 정민철이 뒤를 받쳤다. 타선에서는 데이비스-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막강 중심타선이 연일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화 구단은 내부와 외부에서 잇따라 발생한 변수들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내부적으로는 송진우와 구대성, 정민철 등 기존에 팀을 이끌던 주축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했고, 김태균과 이범호가 FA 자격을 얻은 뒤 일본으로 떠났다. 또한 김인식 감독이 1~2회 WBC 지휘봉을 잡느라 자리를 비운 외부적 변수도 발생했다.

특히 세대교체의 실패는 한화 추락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베테랑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은퇴와 이적을 한 상황에서 김인식 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을 제외하면 새 얼굴을 발굴하지 못했다.

2006년 류현진에 앞서 1차 지명된 유원상(계약금 5억원)은 부진을 거듭하다 LG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입단한 김혁민(07년), 오선진(08년)도 자신의 잠재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화는 2010년부터 진행된 전면 드래프트의 최대 수혜자였다. 하지만 전체 1순위로 유창식과 하주석이라는 걸출한 고졸 신인을 손에 넣고도 한화의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신인 육성에서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한화는 다른 구단들에 비해 상위 지명된 선수들이 루키 시즌부터 1군 무대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팀이다. 류현진처럼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다. 으레 이들에게는 붙는 수식어 역시 ‘제2의 류현진’이다.

하지만 류현진급의 고졸신인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염종석(92년 롯데), 김수경(98년 현대)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어렵다. 결국 덜 여문 한화의 신인들은 1군에서 좌절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층이 얇아 이들은 내일도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FA와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영입에도 한화는 부지런하지 못했다. 특히 류현진과 박찬호가 떠난 올 시즌, 전력보강이 절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전력감을 단 1명도 얻어오지 못했다. 결국 예고된 참사와 마주해 김응용 감독의 주름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한화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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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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