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 시리즈는 한때 국내에서 '강남 쏘나타'로 이름을 떨쳤다.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역사 때문이다.
그 덕에 렉서스는 쏠쏠하게 재미를 봤지만, 렉서스에 여성적인 이미지를 안기는 역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6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 그 중에서도 연비보다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춰 3500cc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은 ES 350은 여성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춘 차다.
서울 시내와 서해안고속도로, 시화방조제 등이 포함된 코스를 돌아본 최근 시승에서 ES 350은 그런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보였다.
이번 시승에서 ES 350은 장단점을 확연히 평가받을 수 있을 만한 기회를 맞았다. 성인 남성 5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도 달리고 산길도 올랐다.
높은 출력은 높은 부하가 걸렸을 때야 비로소 진가가 발휘되기 마련이다. ES 350에 탑재된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가솔린 엔진은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이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일 때건, 경사를 오를 때건 여유 있게 1630kg의 차체와 성인 5명의 중량 총합 2t에 달하는 무게를 가볍게 끌어당긴다.
최고출력을 억지로 짜내는 게 아니라 항상 어느 정도 여분의 힘을 남겨두는 기분이다.
주행 모드(스포츠, 노멀, 에코 등 3단계)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rpm을 급격히 올릴 때 엔진에서 나는 소리도 힘겨운 듯한 비명이 아니라 맹수의 으르릉거림처럼 힘이 느껴진다.
고속직진안정성도 뛰어나다. 달릴수록 묵직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고속에서의 차선 변경도 큰 휘청임 없이 잘 해낸다. 커브길에서의 핸들링도 만족할만하다.
렉서스 ES 350
대신 단점도 드러났다.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다소 비좁은 느낌이다. 차급 구분으로는 중형 세단이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대형급인 차량인지라, 소비자의 기대치에 다소 못 미칠 수도 있겠다.
레그룸을 넓히느라 뒷좌석 등받이를 너무 세워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다리를 앞으로 뻗는 것과 허리를 뒤로 젖히는 것의 절충점을 적절히 찾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덩치가 좀 큰 동승자로부터는 헤드레스트가 불편하다는 불평도 들려온다.
인테리어 부분에서는 렉서스 특유의 세심한 배려가 여전하다. 실내를 빈틈없이 감싼 가죽을 장식하는 스티치(박음질)와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는 차량의 고급감을 더해준다.
마우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허리를 굽혀 스크린을 꾹꾹 찍어대는 수고를 덜어주고, USB 포트는 센터콘솔 안에 숨겨놓아 깔끔한 실내 디자인을 완성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적용되는 메모리 시트는 무려 3명씩의 체형을 기억해 놓는 과잉 친절(?)을 제공한다.
리어 윈도우의 햇빛가리개를 운전석에서 버튼으로 제어하는 식의 기능은 탑승자로 하여금 굉장히 고급 차를 타고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렉서스 브랜드의 세심함을 상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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