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위기에 놓인 프리미어리그 꼴찌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 3~4월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사실상 1부리그 잔류 운명이 이 시기 결판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그 중하위권팀들과의 맞대결이 몰려있는 3~4월에 걸친 8연전에서 최대한 승점을 챙겨야 하는 것이 QPR 당면과제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사우스햄턴전이었다.
QPR은 3일(한국시각) 영국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턴과의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34분 지미 보스로이드 결승골(박지성 도움)로 2-1 승리했다. 리그 19위 레딩과는 승점 3점차, 잔류 마지노선 17위 위건과는 승점 4점차.
래드냅 감독은 팀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대대적 변화를 감행했다. 박지성, 에스테반 그라네로, 주니어 호일렛, 조세 보싱와 등 그동안 몸값에 비해 활약을 못한다고 지적받던 베테랑들을 다시 주전으로 끌어올린 것. 반면, 아델 타랍과 제이미 마키 등은 벤치로 밀려났다.
타랍과 박지성은 대조적인 스타일의 선수다. 타랍은 뛰어난 발재간과 공격력을 갖췄지만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기적이다. 반면, 박지성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플레이에 능하고 수비가담과 전술소화 능력이 뛰어나다. 타랍이 챔피언십부터 운명을 함께한 QPR의 박힌 돌이라면, 박지성은 올 시즌 QPR 유니폼을 입은 이적생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타랍과 박지성은 공존하지 못했다. 볼 소유욕이 강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강한 타랍과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박지성과는 물과 기름이었다. 타랍은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그가 팀의 중심으로 있을 때, QPR은 승리와 거리가 멀었다. 타랍이 맹활약하며 승리한 경기는 시즌 첫 승이었던 풀럼전이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사우스햄튼전에서 타랍 빈자리를 채운 것은 박지성이었다. 두 선수의 차이만큼이나 QPR의 경기력과 승리공식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타랍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했던 풀럼전이나 다소 운이 따랐던 첼시전과 달리 QPR은 철저한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사우스햄튼을 괴롭혔다. 공격력 하나만큼은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팀 부럽지 않은 사우스햄튼을 맞이해 박지성을 중심으로 한 QPR 미드필더진은 끊임없는 압박과 협력수비로 공세를 차단했다.
패스플레이가 살아나면서 QPR 조직력도 안정을 찾았다. 호일렛이 몇 차례 욕심을 부리며 타랍 데자뷰를 떠올리게 했지만, 전체적으로 QPR은 무리한 개인플레이를 줄이고 안정적인 볼처리를 통해 조직력을 발휘했다.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박지성 활용도가 살아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성은 QPR 입단 이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공수 양면에서 적극 관여했다. 후반 32분, 이날 팽팽하던 흐름을 깨는 결승골 어시스트까지 올렸다. 보스로이드의 골은 90%가 박지성이 빚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 볼에 대한 집중력과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이타적인 팀플레이어로서 박지성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장면이었다.
박지성이 그동안의 QPR에서 타랍이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을 보여줬고, 희미하게 사라질 것 같은 존재감도 되살렸다. 그동안 타랍의 실속 없이 화려한 개인기에만 집착하던 래드냅 감독이 박지성 활용도를 깨닫는 귀중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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