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김연아(23·고려대)는 실수 없이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내자마자 두 손을 번쩍 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미국 NBC 해설위원은 “오! 신이시여.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중에 최고”라며 감탄했다. 김연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치를 의식한 듯 “저런 부담감 속에 누구도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계속됐다. 김연아에 이어 등장한 아사다 마오(23·일본)는 이어폰을 꼽고 널뛰는 심장박동을 제어하려 했다. 아사다 역시 1억 2000만 자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아사다는 김연아만큼 강심장이 아니었다. 김연아의 클린 연기가 잔상에 남은 것일까. 아사다는 실수를 연발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도 “실수가 잦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공기로 가득하다. ‘영원한 라이벌’ 한일 국적에 얽매이지 않고 아사다를 바라본다면 측은한 감정이 앞선다. 더구나 올림픽 이후에도 ‘김연아 트라우마’에 갇혀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어 더욱 안쓰럽다.
무엇보다 “김연아를 넘기 위해선 반드시 트리플 악셀을 뛰어야 한다”며 아사다를 부추긴 일본언론의 착오가 문제다. 일본 유력 일간지는 최근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 재도전을 선언했다”며 “수많은 점프를 시도했고, 실패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아사다는 포기를 멈추지 않는다”며 노력하는 천재로 비유했다.
그러나 피겨 전문가 사이에선 “무모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전 성공확률 제로에 가까운 트리플 악셀보다는 러츠 오류 등 시간을 투자하면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는 5종 점프 완성도에 집중할 때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도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3살 아사다에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적으로도 쫓기는 데다, 이제는 신진 세력들이 속속 등장해 아사다를 위협하고 있다.
소치 올림픽에서 ‘그레이트 골드’를 노리는 그레이시 골드(18·미국)와 캐나다 원석 케이틀린 오스먼드(18)가 대표적이다. 두 선수 모두 김연아를 본보기로 삼은 정석 피겨스케이터다. 역동적인 3회전 연속점프(3-3)를 장착했고, 음악과 하나가 되는 예술적 감각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그레이시 골드는 기술과 안무 모두 기본기 탄탄하다. 오스먼드는 예쁘다기보다 강렬하고 멋있다는 인상이 짙다. 무엇보다 안무 연결 동작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등 ‘개성 포인트’를 삽입해 인상적이다. 이처럼 현대피겨는 이미지를 중시한다. 또 실수를 최소화한 매끄러운 연기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아사다에게 실수투성이 트리플 악셀이 ‘독’인 이유다.
아사다도 김연아처럼 어린나이에 피겨를 시작했다. 체중조절을 위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자제해왔다. 원초적 욕망을 억제하고 다스린 기간이 10년을 넘었다. 팬들은 아사다가 마지막 올림픽에선 성적 여부를 떠나 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라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당장 3월 세계선수권에서는 안정적 연기로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해야 한다. 지난해 트리플 악셀 없이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오른 노하우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국 언론과 빙상협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단호하게 “트리플 악셀 미련을 접어라”는 직언이 절실하다. 타국 언론은 이미 냉정한 평가를 내렸지만 자국에서 부추기면 소용이 없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 갈팡질팡하는 아사다의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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