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오른쪽) 및 경제민주화실처모임 소속 의원들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새누리당까지…해도해도 너무한다. 선거가 뭔지 정치권이 도를 넘어섰다. 기업 현실도 모르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26일 재계 및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이 25일 발의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을 두고 일제히 성토를 쏟아냈다.
재계는 민주당보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법안이 더 가혹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소위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25일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에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 및 처벌 강화 ▲재벌의 사익 편취 목적 회사 설립 금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 확대·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으로 통하는 이 법안은 대기업 총수들을 정조준 하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의 이종훈 의원이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개인회사를 설립해 정식 계열사들의 일감을 독점적으로 따옴으로써 손쉽게 이익을 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법은 총수 일가가 회사를 만든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계열사 편입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일감 몰아주기 목적의 회사는 새로 계열사로 포함되는 걸 원천적으로 막게 된다.
이 외에도 불공정 거래 발생 시 현행 법 규정에 없는 ‘재발 방지에 대한 조치’를 만들고, 공정위가 처벌 방법을 따로 규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그 어느때보다 격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작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마저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현행 법 체계와 맞지 않고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사전에 공정위가 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할 목적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감별해 낸다는 게 가능한가"라면서 "또 총수들은 한푼도 계열사 지분으로 집어넣지 말라는 얘긴데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고 비난하면서 지분참여를 막겠다는 것은 모순된 논리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사주나 그 가족은 계열사에 투자하지 말라는 논리인데 그럴 경우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텐데 그때가서 또 비난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이번 2호 법안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마련이 마무리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세제 부분이 빠진 만큼 조만간 3호 법안도 나올 것 같다"면서 우려를 표시하며 "아직 전체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관련 업급이 부담스럽지만, 이번 2호 법안의 경우 다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소송제의 경우 그동안 증권분야에만 적용하던 것을 전분야로 확대 시킨다는 것인데, 처벌 조항이 과징금이나 벌금을 넘어 계열 분리를 시킨다고 하는 등 사실상 기업을 빼았겠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중이지만 최근 각종 부작용으로 오히려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 수준에 도달한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운영되는 법이 무조건 다 맞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상의 입장에서는 초과이익공유제나, 계열사일감몰아주기 금지 등의 경우 일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너무 앞서가면서 시장환경이 너무나 바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대외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칫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선 대기업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총수와 기업의 계열사 투자 행위 자체를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유재산권을 부정하겠다는 발상이고 결국 시장경제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벌 개혁을 넘어서 이건 해체를 하라는 소리가 아니냐"면서 "규제를 마련하기 앞서 기업 경쟁력 근간을 흔드는 정책은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한 경제민주화 3호 법안과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사 소유 규제) 강화 등에 대한 4호 법안도 순차적으로 낸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과 재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이강미·최정엽·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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