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급물살...곽 교육감·측근 강씨 출국금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지난 6.2지방선거때 후보단일화를 조건으로 금품거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장발표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곽 교육감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박명기 후보의 딱한 사정 때문에 2억원을 지원했지만, 선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면서 많은 빚을 져 경제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여러 차례에 걸쳐 2억원을 아무런 대가성 없이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이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조만간 곽 교육감을 소환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소환 시기는 박 교수에게 곽 교육감의 돈을 전달한 최측근인 강모 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끝난 이후가 될 전망이다.
곽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후보 사퇴를 전제로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 직위를 잃게 된다.
검찰은 현재 곽 교육감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상태로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곽 교육감의 돈이 여러 차례에 나뉘어 측근 여러 명에 의해 박 교수에게 전달된 것이 사실상 자금세탁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원래 정해놓은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교수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29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해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곽 교육감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 자신이 사퇴하는 대가로 올해 2∼4월 곽 교육감의 측근으로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인 강 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자신의 동생을 통해 총 1억원 이상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교수와 그의 동생을 지난 26일 체포해 27일 밤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특히 박 교수가 올해 6월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것도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박 교수의 혐의에 돈과 함께 직(職)을 받은 부분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은 직접적인 정책 결정 권한은 없지만 교육청의 교육발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력에 반영될 수 있어 교육계 인사들이 탐내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박 교수의 동생을 통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넨 당사자로 지목된 곽 교육감의 최측근 강 씨를 소환해 금품 전달 과정과 곽 교육감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27일 강 씨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강 씨는 이에 불응했다.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 당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후보 단일화’ 과정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보수진영의 경우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치고도 최종 6명의 후보가 난립한 반면, 진보진영은 막판 곽노현 후보로의 단일화에 성공해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선거 두 달여 전인 4월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에서는 곽노현, 박명기 후보 등 서울교육감 후보로 총 5명이 나섰다. 진보 성향의 시민·교육단체 100여개로 구성된 ‘2010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시민추대위원회’는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박명기 후보는 “결정 과정과 방식이 너무나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다”며 경선에 불참, 독자 출마를 고집하다가 선거를 2주 앞두고 곽 교육감과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진보진영에서 곽노현, 박명기 2명이 최종 서울교육감 후보로 등록했지만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갑자기 박 후보가 사퇴하면서 진보진영은 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에선 “단일화 경선 탈퇴까지 선언하며 선거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박 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후보 사퇴를 얘기해 당시 의아하게 받아들여진 게 사실”이라는 말도 돌았다.
선거법에는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인 경우 선거비용의 전액, 10~15%인 경우 선거비용의 50%를 보전토록 돼 있다. 박 후보의 경우 중도 사퇴했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뭔가 대가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다.
검찰은 곽 교육감 측과 야권에서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달 초순 박 교수의 범죄 혐의에 대한 관련 자료를 송부해오면서 사실상 수사의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6개월이 임박한 상황에서 처음에 자료를 받고 당황했다”며 “그동안 수사에 열심히 임했고, 주민투표에 영향을 안 끼치려고 투표 직후에 박 교수를 체포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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