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예극 “창과 칼의 노래“ 공연 ´갈채´

입력 2010.10.14 17:41  수정

한민족의 무혼(武魂) ´십팔기´ 무예극으로 화려하게 재현

13일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한국 최초의 전통무예극 ‘창과 칼의 노래’가 공연됐다.

십팔기보존회(회장 신성대)는 조선의 국기였던 ‘십팔기’를 소재로 한국 최초의 전통무예극 ´창과 칼의 노래´를 선보여 400여명의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다.

등패와 칼을 든 무사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왕명에 의해 제작된 ‘무예도보통지’에 전해오는 우리의 전통무예 십팔기와 우리 춤, 우리 음악이 어우러져 신명나는 한판을 벌였다.

짜임새와 힘을 갖춘 조선 무사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등패, 쌍검, 월도, 본국검, 예도, 편곤, 당파, 기창, 쌍수도, 곤봉 등 18가지의 병장기와 화려한 오방색 대깃발로 선보인 이번 무예극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010년 전통연희 창작공모작´으로 당선되어 전통무예극으로서의 가능성과 다소 생소한 소재로 창작된 문화예술의 장르로서 전통연희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동안 태권도와 칼춤 등은 무대에서 공연된 적이 있으나, 화려한 병장기를 토대로 진법과 대련을 선보여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처음으로 민족혼을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

어우동 모습을 한 여인이 익삭스런 모습으로 무사를 놀리는 장면

이날 공연은 문화재위원인 서연호 교수가 대본을 쓰고, 현지훈 감독이 각색. 연출을 하고, 박금수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사무국장이 공동연출하고 주연했으며 살풀이춤 이수자인 신미경씨가 동학농민운동때 사망한 사람을 위로하는 진혼 살풀이춤도 선보인 30여명이 출연한 대작이다.

무예극 스토리는 훈련도감 십팔기 교련관이 된 김중성은 죽마고우 대일과 조우한다. 대일과 중성, 훈련도감 군사들은 열여덟 가지 무예로 흥겨운 연무를 펼친다. 하지만 조선조 말에 그랬듯이 국세정세의 혼란 속에 조선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훈련도감 등 5군영제는 폐지되고 무위영과 장어영 2개영으로 통페합하고 새로운 신식군대인 별기군이 창설된다.

별기군에 차출된 대일은 십팔기를 버려야 한다는 고뇌에 쌓이고 중성은 이를 위로하며 죽마고우인 이들은 마지막으로 월도와 창을 휘두르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다.

무사들의 무예 실연 장면

5방색 대깃발과 무사들의 무예 실연 장면

이때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 이덕무의 장용영춘첩(壯勇營春帖)의 시와 정조대에 교련관 이상정의 무인이 “나라는 하루라도 군인이 없으면 위태로움이 따르고, 한곳에라도 군인이 없으면 위태로움이 따른다. 병학을 알아 운용하면 위태로움을 편안하게 만들고 혼란함을 다스린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무예는 열여덟 가지요(무예십팔반 武藝十八般)
봄바람은 이십사번풍이로세(춘풍이십사번 春風二十四番)
온 세상 평화로운 경지에 오르니(세제수역춘대상 世躋壽域春臺上)
사람들은 밝고 명랑한 세상에 사누나(인재광천화일중 人在光天化日中)
-중략-


별기군과 차별을 받자 훈련도감 군사는 불만과 군란의 조짐이 일어난다. 결국 성난 훈련도감 군사들은 임오군란에 가담하며 중성은 죄인으로 전라도로 유배를 떠난다. 이 모습을 지켜본 대일은 칼을 버리고 정처 없는 방랑객이 된다. 1882년 임오군란 당시의 울분을 노래한 김영근의 시가 들려온다.

칼이여 칼이여! 깊이 숨어있지 말아라.
천지를 지휘하고 온 세상을 안정시켜야 한다.
오랑캐 자식들 다 죽여 소굴을 뒤집어엎고
옛 시대의 의상을 오래오래 보존하리라.
말을 마치고 일어나 춤을 추니
슬픈 바람 서늘하게 하늘에서 일어나네.


시골로 유배된 중성은 십팔기에 대한 사랑과 민족의 앞날에 대비하여 마을 청년에게 무예를 가르친다.

어느 날 술주정뱅이가 된 대일이 마을로 나타나 일본군의 첩자로 오인한 청년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지만 합류한다. 대일과 중성은 서로의 마음에 남아 있던 한(恨)을 대련으로 펼치며 무예는 일취월장하고 때마침 일어난 동학농민군에 합류한다. 사지(死地)로 간다는 것을 알고 출정하지만, 이들은 무예를 펼치며 악을 부수는 일이기에 즐겁기만 하다.

주연배우(중성, 대일)와 부모와 함께온 어린이들 기념 촬영

때로는 대사로 때로는 우리 가락인 창과 무용과 무예로 한바탕 신명을 토해낸 배우들은 땀방울로 흥건하게 적시고, 관중은 큰 박수로 격려한 새로운 시도의 십팔기 무예극으로 탄생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 장면은 동학농민군의 혼을 위로하는 살풀이춤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부제 ‘이영의 젊은 장수 홍옥처럼 고운데. 梨營小將如紅玉(이영소장여홍옥)’의 여운처럼‘창과 칼의 노래’는 우리민족의 무예 십팔기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다.

대본을 쓴 서연호 교수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치욕적인 비극을 국가의 안전보장을 무예로써 극복. 대비려는 왕의 뜻과 백성의 의지가 전래 무예를 체계화 시킨 십팔기는 호국의 정신을 계승한 민족무예이다. 하지만 우리 무예의 우수성과 역사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오늘날 유사한 몇가지 무예가 이곳저곳에서 시연되고 있지만 문헌적으로 십팔기가 정통 무예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출연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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