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타선은 역대최강급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는 파괴력을 지녔다. 팀 타율 0.288, 팀 홈런은 무려 185개에 이른다. 2008년과 2009년 타선도 강했지만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1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60개 이상의 도루를 책임지는 김주찬과 11개의 홈런과 3할을 치는 손아섭이 테이블세터를 이룬다. 그리고 3번부터 7번까지가 중심타선이다. 타격 7관왕을 휩쓴 이대호를 중심으로 한 조성환-이대호-홍성흔-가르시아-강민호로 이어지는 타선은 가히 눈부실 정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늬만’ 8번타자 전준우는 규정타석에 미달됐음에도 19홈런 16도루를 기록, 호타준족의 위력을 뽐냈다. 웬만한 팀의 3번타자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9번 황재균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점차 지난해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이쯤 되면 쉬어가는 타순은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롯데에 앞서 역대최강의 타선으로 기억되는 팀은 2000년 현대와 2002년 삼성이다.
2000년 현대 타선은 올 시즌 롯데 타선에 비해 짜임새가 돋보였다. 그렇다고 파괴력에서 뒤지지도 않았다. 포수 홈런왕 박경완(40홈런), 도깨비 방망이 퀸란(37홈런), 30-30클럽의 박재홍(32홈런)의 존재는 무시무시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재학(21홈런), 이숭용(15홈런), 박진만(15홈런), 박종호(10홈런)의 화력도 매서웠다.
타선의 파괴력을 홈런으로 봐도 208개의 팀 홈런을 기록한 현대가 185개의 롯데를 앞서고, 장타율로 봐도 0.484로 0.461의 롯데를 앞선다. 18승 트리오 정민태-임선동-김수경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뛰어난 투수진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00년 현대 타선은 역대 최강의 타선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꼽히는 라인업 중 하나다.
2002년 삼성 타선 역시 또 하나의 ‘핵폭탄’급 타선이다. 이승엽(47홈런), 마해영(33홈런), 브리또(25홈런)이 중심타선을 이끌었고, 포수 진갑용(18홈런), 김한수(17홈런), 양준혁(14홈런), 박한이(10홈런), 강동우(9홈런), 박정환(9홈런) 등이 힘을 보탰다. 마찬가지로 192개의 팀 홈런과 0.472의 장타율은 올 시즌 롯데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롯데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타선을 보유한 때는 역대 최고의 소총부대를 자랑했던 1992년이었다. 비록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고,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선수가 3명에 불과했지만 전준호, 이종운, 박정태, 김민호, 김응국, 한영준, 박계원, 김선일, 공필성 등으로 이어지는 짜임새는 어느 팀 부럽지 않았다.
이 타선들을 보유했던 팀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라는 것. 롯데가 이들에 뒤쳐지지 않는 타선을 지니고도 아직까지는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올 시즌 포스트시즌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 팀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투수진을 감안했을 때 롯데는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롯데는 현재 두산과의 준PO에서 2연승 뒤 2연패하며 탈락위기에 몰려있다. 전준우, 조성환 등 몇몇 타자들을 제외한 중심타자들이 대체로 부진했다. 타격의 팀이 타격부진으로 패하는 것만큼 치욕스런 일도 없다.
5차전 벼랑 끝 승부만을 남겨둔 롯데가 가장 본받아야 할 팀은 준PO부터 우승을 이뤄낸 유이한(2001년 두산) 팀이자 선배인 1992년 당시 롯데다. 타선의 성격은 다르지만 응집력만큼은 오히려 더 강했던 이들이었다.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에서는 롯데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최소한 한 번 이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롯데는 한국시리즈는 고사하고 PO 진출도 힘들었던 길고긴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드디어 올 시즌 롯데라는 팀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왔다. 믿음의 야구로 3년째 팀을 이끄는 외국인 감독, 역대 최강을 다투는 타선, 가장 열광적인 팬들, 이미 2번이나 실패했던 준PO 경험 등 모든 극적인 상황이 롯데를 위해 준비돼있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이 달렸다. 5차전만큼은 전력의 차이가 아닌 누가 더 절박하느냐의 싸움이다. 4차전까지의 타율은 중요치 않다. 두산보다 더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한다면 이길 수 있다.
롯데가 과연 역대최강의 타선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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