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표절 시비, 그리고 활동 중단 사태마저 경험한 이효리. 2년만의 정규 앨범으로 과거 불명예를 완전히 회복하는 듯 했으나 또 다시 같은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과거 표절이야 어찌됐든 곡은 만든 사람의 책임이 우선인 만큼 '마음 좋은 팬'들은 이효리를 다시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스타다운 화려한 끼의 무대에 편견 없이 아낌없는 박수도 보내줬던 터였다.
그런 팬들의 고마움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 이효리는 이번 앨범의 일부 수록곡이 표절임을 분명히 알게 되자, 지난 20일 스스로 팬카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그녀의 많은 팬들은 "역시 이효리답다. 자신도 피해자일 수 있는데 쿨 하게 인정하고 가수로서 책임지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다행히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이미 몇 차례 표절로 혹독한 마음고생을 치르고도 똑같은 경우를 피하지 못한 것은 가수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가요팬들의 냉정한 쓴 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이효리가 이번 표절 시비를 인정한 바누스 바큠의 곡들은 애초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미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에 그녀의 고백이 순수하게 ‘발 빠른 시인’으로만 보긴 힘들 수 있다.
이번 문제의 곡들을 두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몇몇 일반인을 상대로 원곡으로 짐작되는 곡을 함께 들려준 후 비교를 부탁하는 실험을 해 본 결과, 만장일치로 '너무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을 만큼, 이효리가 더 빨리 표절 가능성을 의심하고 확인, 대처할 수 있었던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네티즌들은 ‘과연 표절에 대해 가수가 져야할 책임은 어디까지고, 이젠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잦은 표절 시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도저히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놓고 열띤 논쟁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미 그 논쟁에 대한 답을 어떻게든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표절 의혹이 일어날 때마다 냉정한 질타를 퍼붓고 비난해 봐도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죄 값을 톡톡히 치르는 경우의 가해자는 없었다.
가요계 일부에서는 ‘그런 점들을 마치 이용이라도 하는 걸까’란 오해가 더할 만큼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곡들 중 표절 시비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만약, 이런 사태를 해결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문제의 당사자인 작곡가들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이효리 표절 문제의 진짜 주인공인 바누스 바큠과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다른 작곡가가 시선을 한 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바누스 바큠은 '바누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이재영 씨가 중심이 돼 총 7명으로 구성된 작곡팀. 멤버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이재영 씨는 연세대 법학과를 중퇴한 후 영국의 길드홀 스쿨 오브 뮤직 앤드 드라마와 독일 퀼른 국립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한 인재다.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볼법한 톱가수 이효리의 노래를 이처럼 화려한 프로필의 작곡가가 표절한 거라면 상황은 더욱 궁금해진다. 누구나 '설마, 금방 드러날 간 큰 잘못을 왜 할까'라는 의문 먼저 그에게 던질 것이다.
그래서 이효리와 투톱으로 우리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는 비의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작곡가 태완에게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해봤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스러울 만큼 단순하고 간략했다. 위험성 있는 작곡은 애초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 일부 유명 작곡가들도 피해가지 못한 '표절 시비'를 그는 마치 먼 남들 얘기인 듯 했다.
태완은 "비의 노래 뿐 아닌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만들면서도 혹시나 표절 시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며 "표절 가능성이 1%라도 있는 노래는 완성이 다 된 상태라 해도 가차 없이 버린다. 사실 작곡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그리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태완이 앨범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비-앰블랙
얼마 전 비의 소속사와 전속 계약이 완료된 상태인 태완은 최근 음악적 색깔이 맞는 동료 작곡가들과 한 팀을 꾸려 프로듀서 전문 회사를 차린 상태.
단, 바누스 바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태완 팀은 유학파도 음악 전공자도 아니라는 것.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음악을 좋아해 이태원에서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 외국인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흥얼거리고 즐기게 되면서 노래 그리고 작곡을 직업으로까지 삼게 된 경우다. 그리고 유학파가 아니지만 해외 가수들의 곡 요청을 심심치 않게 받고 있어 팀 멤버들과 함께 작곡가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런 태완이 표절의 불명예를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위 작곡가를 비롯한 뮤지션들에게 자신의 곡을 무조건 들려준다. 그리고 '비슷한 것 같다'도 아닌 '좀 익숙한 느낌이다'는 살짝의 얘기만 나와도 그 곡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그는 "일부 기획사에서는 여전히 해외 잘 나가는 톱가수를 롤모델로 정해놓고 신인 가수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더라. 물론 기획사나 작곡가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은 있겠지만, 내 경우 비와 엠블랙과도 어떠한 롤모델은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다"며 "굳이 스타일을 미리 정해서 잡아 주려하는 노력을 안했다. 지훈(비)의 이번 타이틀곡도 오직 지훈에게 맞는 좀 더 짙고 섹시해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절대적으로 음악적인 모습이 보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고, 엠블랙은 또 엠블랙다울 수 있는 무겁지 않은 느낌의 곡 정도를 머릿속에 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곡가에게도 가수 못지않게 히트곡을 탄생시켜야 하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물론 매우 크다. 하지만 정말 힘들게 느끼는 부분은 ‘혹시나’의 표절 시비 염려가 아닌 국내 시장이 좁은 탓의 환경 문제다"며 "분배 시스템이 좀 이상하게 돼 있어서 창작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응당한 대우를 잘 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전혀 다른 고민을 내놨다.
태완은 얼마 전 미국계 힙합 거물인 퍼프 대디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절대 받아볼 수 없는 어마한 액수 제시와 함께 '곡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작곡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포기해야 하는 조건이 함께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가수의 미국 진출은 대중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정말 대단한 성과물이다. 인종 차별은 이제 옛 이야기라고도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뮤지션에 대한 대접은 아직 아주 하찮은 수준이다. 음악적인 일로 미국과 직접 부딪혀 보니 코리안이라 힘들 때가 더러 있고, 동양인이라는 피부의 벽도 여전히 실감하게 되더라"며 "그래서 더욱 퍼프대디 측과의 작업은 깨끗하게 거절했다. 곡과 이름을 함께 팔며 우리나라 작곡가로서의 자부심을 결코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작곡가들에 대해 '늘 많은 음악을 접하고 지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실수가 아닐까 하는'는 일부 시선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워낙 표절 시비가 흔해지니 어쩔 수 없이 생긴 이해의 시선이다.
하지만 작곡가 태완의 생각을 조금 빌리자면, 우리 가요계에서 표절 시비가 일어날 확률을 최소로 줄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 같지 않다.
작곡가들이 '히트곡 욕심'을 부리기에 앞서 ‘한국 가요계를 만드는 진짜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을 몸 속 가득 채우는 것부터 먼저 시작한다면 분명 일부러 위험한 모험을 하는 비뚤어진 창작자는 생기지도, 존재하지도 않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연예=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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