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박근혜 안도와줘 패배? 비겁하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입력 2010.06.12 10:42  수정

<한나라당 초선 5인5색 릴레이인터뷰②>"역할론, 소신 판단 맡겨야"

"참보수의 가치를 실천한다면 붉은 한나라, 초록 한나라 왜 두렵나"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단계적으로 민심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인적쇄신과 국정기조의 전환 등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2지방선거 이후 불어닥친 한나라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쇄신론’이 구체화되고 있다.

초선의원 51명은 ‘한나라당 쇄신을 추진하는 초선의원모임’(이하 초선쇄신모임)을 출범시키고 향후 모임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준비하기 위해 11일 국회에서 실무 간담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이날 실무 간담회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도 참석했다. 홍 의원은 지난 9일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이른바 ‘붉은 한나라당’ 논쟁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홍 의원은 토론회 발제에서 “언론 표현의 자유 억압, 공안정국을 연상시키고 전쟁불사 의지를 나타내는 것을 보수의 가치인 양 스스로 착각하고 국민들에게 그런 인식을 주고 있다”며 “헌정을 중시한다면서도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신선하고 유연하고 젊고 쿨한 보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나라당스러움을 탈피해서 붉은 한나라당이 되는 것을 두려워말아야 한다”면서 “가치와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부가적인 것은 포기하며 진보적 정책도 과감히 수용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즉시 “기본 가치가 흔들리면 안 된다”(조전혁), “빨간 보수, 쿨한 보수를 얘기하는 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 본래 의미의 보수를 포기해선 안 된다”(성윤환)라고 ‘발끈’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붉은 한나라당’ 논쟁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거친 최고의 엘리트로서, ‘가장 한나라당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홍 의원이 한나라당이 거부감을 느끼는 ‘빨간색’을 거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더욱 그랬다.

그래서였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한나라당의 미래’라는 긍정적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는 홍 의원의 견해를 듣기 위해 <데일리안>은 이날 홍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2012년 대비한 메시지와 메신저 만들어내야”

그에게 우선 토론회 ‘발제문’에 대한 요약을 청했다.

홍 의원은 “단계적으로 민심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인적쇄신과 국정기조의 전환 등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국민들에게 ‘반(反) MB,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2012년을 대비한 메시지와 메신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총괄했다.

그는 메시지 측면과 관련, “우리나라는 보수에 유리한 정치지형을 갖고 있는데 보수정부로서 보수의 가치들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인권, 개인의 자유, 가족의 행복, 시장의 자율, 선택의 보장 등 소중한 보수의 가치들이 점진적인 변화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가치에 반하게 보이는 자질구레한 실수와 과오를 저질러선 안 된다”며 “김제동 윤도현의 방송하차, 도올 사건 등 이런 자질구레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무상급식’을 예로 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포퓰리스트적이고, 좌파적인 정책을 수용하는 아량을 보이면서 지나치게 경직된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푸른색을 탈색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과거 열린우리당은 ‘이념과잉’으로 망했지만, 지금 한나라당은 ‘사업과잉’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너무 많은 일을 벌여 놓고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책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국가가 성공하면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경제위기 극복했다’, ‘G20 유치했다’는 말은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홍 의원은 “메시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신저의 문제”라며 “(한나라당) 스스로 진정성을 가진 좋은 사람들을 발굴해서 만들어주고, 당내 중진들이 힘을 실어줘 정말 좋은 메신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붉은 한나라당 논쟁, 내 말 잘못 이해한 것”

발제문 요약을 들은 후 홍 의원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붉은 한나라당’ 논쟁에 대한 것이었다.

홍 의원은 웃었다. 그러나 웃음을 그친 후엔 날카로웠다. 그는 “그건 내 말씀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참보수의 가치를 실천하자고 얘기했지 않느냐”며 “그것도 제대로 실천 못하면서 정체성을 운운해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개인의 자유, 시장경제의 자유, 안보의 가치 등 참보수의 가치는 제대로 실천하지만 때로는 유연성과 결단력을 발휘해 포퓰리스트적이고 좌파적인 색채를 지닌 것을 취하자는 것”이라면서 “정치는 경쟁자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 영역을 잠식해 나가야 보수가 성장할 수 있지, ‘선거에 져도 좋다’는 식으로 자기 주장과 원칙만 고수한다는 것은 소통의 부재”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국민과 타협할 줄도 아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각종 언론을 동원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기 주장만 부르짖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며 “영국에 ‘레드 토리당’이 있듯 한나라당은 ‘붉은 한나라당’, ‘초록색 한나라당’이 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소리쳤다.

홍 의원은 “우리 당에는 ‘붉은’이라는 말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이 있다”고 비꼰 후 “반대로 민주노동당 등이 ‘파란 민노당’이 되는 것도 좋은 일 아니냐”고 덧붙였다.

“인적쇄신, ‘내 일정대로 가겠다’는 것도 소통의 부재”

화제를 초선쇄신모임으로 전환했다. 초선의원들의 쇄신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시각은 ‘진정성 있다’와 ‘권력투쟁일 뿐’이라는 양면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쇄신론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부정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이번엔 지방선거 참패라는 원동력이 있고, 청와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물론 권력투쟁과 기득권 다툼 측면이 일부 없지 않지만, 초선의원 51명의 전체적인 진정성을 이런 일부의 측면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전날 발표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입장문과 관련, “구체적이진 않아도 이런 저런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 이제는 기다리는 순서라고 본다”며 “여기서 더 몰아붙이면 싸울 수밖에 없다. 대결적 구도로 가선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조기에 할 것’이라고 했으니 인적쇄신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서 중장기적인 메시지와 메신저를 개발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적쇄신의 시기에 대해 “선거를 통해 민심이 다 드러났는데, 내 일정대로 가겠다고 하는 것도 소통의 부재”라며 “민심의 심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따라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이 대통령께서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은 지난 토론회에서 당내 계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계파 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개혁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며 “의원직을 버리는 것은 쇼일 뿐이기 때문에 계보와 계파의 안락함에서부터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순 있지만, 적어도 상징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보 투표가 아닌 의원들 개인의 자율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면 대단히 큰 성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역할론,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맡겨야"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합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우리 당과 정부를 이끌어가는 두 분이기 때문에 이 분들의 화합이 이뤄진다면 계보갈등을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내가 계보가 없기 때문에 두 분의 현실적인 장벽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두 분이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두 분이 하기 어렵다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 자신들의 보스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내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책임론’과 관련, “박 전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와주지 않아 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물론 박 전 대표가 도와주시면 도움이 됐겠지만, 그 분 때문에 졌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얘기”라고 질타했다.

그는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선 “박 전 대표가 누구보다 오래 정치를 했고, 정국을 읽으실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성공을 위해 때가 되면 움직이실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본인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맡겨야지, 강요해서 할 얘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나는 그간 대북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 왔다. ‘비핵개방 3000’은 남북관계를 단 일보도 진전할 수 없게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대화와 제재’라는 양 트랙이라면 제대로 가야 한다고 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천안함이라는 천인공노할 일이 생겨 계속 주장하기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그는 “정부가 천안함을 계기로 유엔의 대북제재 등의 소정의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만, 지금은 점점 외교가 꼬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제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를 확실히 하되 남북간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북한의 범행이 분통스럽고 화가 나지만, 그래도 전쟁보단 안정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면서 “국민들의 이러한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