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는 자신이 축구를 하는 이유를 아들에게서 찾고 있다. 아들을 위해 축구를 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성격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는 셈이다.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근 시원시원한 면모를 과시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대팀의 비겁한 플레이 때문에 경기를 그르쳐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쿨한 남자’ 루니에게서 더 이상 ‘악동’의 그림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라운드의 악동’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그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루니는 지나칠 만큼 강한 승부욕과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특히, 지난 2006 독일월드컵 8강 포르투칼전은 루니의 이 같은 면모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자제력을 잃지만 않았다면 잉글랜드가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라 더 큰 비난을 들어야했다.
당시 루니는 상대의 집중견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끝에 포르투칼 수비수의 급소를 가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특히, 루니의 신경을 건드렸던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대해선 격한 감정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고 해서 뒤끝이 무한정 계속된 것은 아니다. 루니는 당초 예상과 달리 프리미어리그 개막과 동시에 호날두와는 돈독한 팀 동료로 변해 있었다. 오히려 더욱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오히려 한바탕 소동을 겪은 것이 한층 성숙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30일 오후(한국시간) 오스트리아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도 달라진 루니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후반 내내 부진한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화를 내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수 아래의 일본을 상대로 전반 내내 0-1로 뒤질 만큼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은 데다 월드컵 주전경쟁도 진행 중인 만큼 신경이 날카로워질 만도 했지만 루니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중반 일본의 중앙수비수 콤비 툴리오와 나카자와가 연속해서 자책골을 터트릴 때는 일본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1-1 동점 상황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1-2 역전패를 불러온 나카자와가 충격에 휩싸인 채 일어나지 못하자 등을 두드리고 부축해주며 위로를 건넸다. ‘악동’에서 ‘상냥남’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셈이다.
그렇다면 루니의 급격한 성격변화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팬들은 대체로 루니를 빼닮은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도 그럴 것이, 루니는 최근 영국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 직후 유니폼을 벗어 천사 날개 문신을 공개한 바 있다. 몸에 그려진 천사 날개는 그의 아들 카이 루니를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루니는 자신이 축구를 하는 이유를 아들에게서 찾고 있다. 아들을 위해 축구를 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성격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는 셈이다.
‘헐크’ ‘악동’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털어내고 온화한 아버지로 돌아온 웨인 루니, 주전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힌 루니가 월드컵에서도 천사 날개 문신을 드러내며 포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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