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 꽃피운 ‘프로레슬러’…그들은 약물중독자?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12.07 18:56  수정

프로레슬러들이 주로 찾는 약은 진통제 ‘옥시콘틴’

고통 참아가며 불태운 열정, 약물중독자 취급 곤란

남태평양 사모아 출신 우마가(36·본명 에키에디 파투)가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자택 침실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현재 사망원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진 상태.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선수들의 근육강화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선입견’ 만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프로레슬러들은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강화하는 약물보다는 진통제를 더 많이 복용하고 있기 때문.

프로레슬러들이 가장 자주 찾는 약은 강력한 진통제 옥시콘틴으로, 만성통증환자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진통제 오남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옥시콘틴을 과다 복용할 경우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알약 그대로 먹는 게 아닌,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씹어 먹을 경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고통으로 밤을 지새우는 프로레슬러

프로레슬러 우마가는 지난 5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져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프로레슬러들은 늘 잦은 부상으로 신음한다. 단순한 타박상부터 골절까지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많은 레슬러들이 낙법을 잘못하거나 파일 드라이버와 같은 기술을 어설프게 사용하면 목뼈를 다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레슬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열정'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 WWE 슈퍼스타 오웬하트(형 브렛하트)는 지난 1999년 5월 23일, 브라이언 왈쉬와의 경기에 앞서 공중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던 중 줄이 끊어지면서 턴버클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트리플H 또한 경기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만큼 프로레슬러들은 고통 속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참을 수 없는 근육통이 엄습해 침대 위에서 수없이 뒤척인다. 때문에 일반 진통제 수준이 아닌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찾게 되고, 이는 오남용으로 이어져 심각한 호흡근육 마비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WWE 슈퍼스타 에디 게레로(멕시코계 미국인/사촌동생 차보게레로)는 지난 2005년 11월 13일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 역시 밤마다 찾아오는 근육통에 치를 떨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는 장기인 프로그 스플래쉬를 비롯해 수플렉스 등 몸 전체에 충격을 주는 슬램 계열 기술을 가장 많이 사용한 레슬러 중 하나였다. 누구보다 프로레슬링을 사랑했기에 몸을 차갑고 단단한 링 바닥에 수차례 던졌다.

결국 팬들을 위해 위험천만한 기술을 수차례 보여 준 결과는 ‘상처뿐인 상처’ 근육통으로 이어졌다. 그 대가로 그는 바늘로 찌르는 고통 속에 밤마다 괴로워했다.

에디 게레로와 매우 비슷한 스타일의 열정적인 레슬링을 구사했던 또 한 명의 프로레슬러가 있다. 바로 크리스 벤와(본명 크리스토퍼 마이클 벤와/캐나다 퀘벡 출신)다.

필살기는 로프 3단 위에서 상대레슬러의 돌처럼 단단한 가슴을 향해 시도하는 다이빙 헤드 벗으로,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맨땅에 머리를 들이받는 행위다.

크리스는 매 경기 목숨을 담보로 로프 3단 위에서 이 기술을 썼고, 이 때문에 크리스는 2007년 40세의 일기로 목숨을 끊기 직전, 두뇌의 노화정도가 90세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이외에도 많은 전설적인 프로레슬러들이 현역시절 각종 근육통과 부상으로 신음했고,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결과는 비참했다.

현역시절 얼티밋 워리어와 환상적인 대결을 펼쳤던 래비싱 릭루드(본명 리차드 어윈 루드/미국)는 1999년 4월 20일 심장마비로 숨졌다.

교도소 경비원 출신 빅보스맨(본명 레이먼드 트레일러/미국)은 지난 2004년 9월 22일, 브리티시 불독 데이비 보이 스미스(영국)은 지난 2002년 5월 18일 역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텍사스 토네이도는 지난 1993년 2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며, 미스터 퍼펙트는 지난 2003년 2월 약물중독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또 현역시절 헐크호건과 대결했던 어스퀘이크(본명 존 텐타. 캐나다)도 지난 2006년 6월 7일 레슬링 후유증으로 인한 방광염으로 사망했다.

그들의 갑작스런 사망에는 이처럼 비참하고 어두운 단면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들을 단순히 근육증대 약 중독자들로 몰아선 곤란하다. 밤마다 찾아오는 근육통에 치를 떨며, 강력한 진통제에 의존하면서도 링 위에서 열정을 불태운 진정한 프로였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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