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이범호…변화구 어떻게 대처할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09.11.20 09:43  수정

NPB 신분조회 요청 ´일본행´ 가시화

약점인 변화구 대처 능력이 관건

올 시즌 김태균(27·지바 롯데)과 함께 FA 최대어로 손꼽힌 이범호(28)의 일본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일본프로야구사무국(NPB)으로부터 이범호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 받고, 이를 소속 구단인 한화 이글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아직 어느 구단에서 눈독 들이는지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일본 구단들이 김태균을 비롯해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된 뒤 신분조회를 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범호의 일본행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는 전 소속구단 한화로부터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10억원+연봉 7억5000만원 등 최고 40억원의 파격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일본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일단 정중히 거절했다.

현재 이범호가 밝힌 일본행 조건은 계약금 1억엔, 연봉 2억엔 등 2년간 총 3억엔으로 이미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3년간 총 7억엔)에 모자라지만 상당한 거액이다. 그는 “헐값에 진출하면 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한국에 남겠다”고 말해왔다.

이범호마저 일본 진출에 성공한다면 올 시즌 스토브리그는 거물급 FA들이 모두 빠져나가 국내 구단들의 초대형 빅딜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일본 진출이 가시화 된 이범호.


이범호, 각 예리한 변화구 어떻게 대처할까

계약이 성사된다면 9년간 정들었던 한화 유니폼을 벗을 이범호는 이제 새로운 환경, 낯선 선수들과 직면하게 된다.

김태균 또는 이승엽과 가끔씩 경기를 통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뿐, 모든 것에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투수들의 예리한 변화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일본 적응에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범호는 변화구 대처능력이 그다지 뛰어난 타자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빠른 배트 스피드가 인상적인 이범호는 궤적 큰 스윙으로 직구에 유난히 강했지만,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변화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드러냈다.

또한 타석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다보니 제구력이 동반된, 피해가는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미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과 이병규도 이적 첫 해 일본 투수들의 날카로운 변화구에 쉽게 대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모두 슬럼프에 빠질 때 하체의 중심이 무너지며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을 이범호는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동료였던 김태균과 타격 매커니즘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범호는 특유의 파워실린 스윙으로 타구를 보다 멀리 보내는데 중점을 둔다면, 김태균은 일단 배트에 공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타격폼을 ‘노 스트라이드’로 바꾸는데 성공한 김태균은 파워는 그대로 유지한 채 공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 타자로 변신했다. 그러한 타격폼을 위해 체중을 불려 강한 하체를 만들었고 곧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됐다.

그 결과 김태균은 지난 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예리한 변화구에 적절히 대처하며 스트라이크 존을 자기 것으로 가져와 상대를 압도했다. 김태균의 일본적응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태균에 비해 뚜렷한 약점을 지닌 이범호에게 일본 구단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역시 지난 WBC에서 선보인 비범한 ‘클러치 능력’과 아직 20대라는 젊은 나이, 그리고 뛰어난 수비능력 때문이다.

이범호는 이 대회에서 타율 0.400 3홈런 7타점으로 김태균과 함께 일본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고, 특히 결승전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9회 적시타를 때려 승부처에 강한 타자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 비록 부상으로 인해 득점권 타율은 저조했지만 이범호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이 부문 상승곡선을 그리며 김동주에 이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3루수로 성장했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이범호는 넓은 수비범위와 뛰어난 타구판단으로 어느 팀에 가더라도 ‘핫코너’ 자리를 든든히 지킬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이범호 최근 5년간 타격 성적.


게다가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가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겪은 점도 이범호에게 눈길을 보낸 이유로 손꼽힌다.

올해 일본은 30홈런 이상의 타자가 고작 6명(센트럴리그 4명+퍼시픽리그 2명)에 그친데 반해 평균자책점 2점대 이하를 보인 투수들은 무려 14명(센트럴리그 8명+퍼시픽리그 6명)으로 투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물론 이범호는 아직까지 한국 무대에서도 30홈런 또는 100타점 고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지만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타자라는 점을 비춰볼 때 일본 구단들이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매력적인 타자다.

이제 이범호에게 남은 것은 협상에 들어간 일본 구단들이 얼마나 자존심을 세워주느냐다. 이범호 역시 일본진출의 제1조건을 ‘주전자리 확보’로 내세운 만큼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각오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과연 이범호가 꿈에 그리던 일본행을 이루며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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