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 일본행 가능성 충분
한화, 프랜차이즈 우대 국내이적 희박?
하늘이라도 뚫고 올라갈 기세다.
FA를 선언한 한화 이글스 김태균과 이범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김태균의 경우 이미 LG가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범호는 롯데, 삼성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 구단들도 두 선수에 눈독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벌써부터 심정수(전 삼성·은퇴)의 역대 FA최고액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동우마저 FA를 선언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화가 FA 최대어 2명을 동시에 잔류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 소속구단에게 우선 협상권이 주어지는 FA 계약의 규정상 한화가 두 선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배팅을 하느냐가 관건. 그러나 한화 이글스의 팀 문화도 둘의 잔류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요소라 귀추가 주목된다.
'레전드들의 고향' 한화 이글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송진우와 정민철,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한 구단에서 선수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고 자신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구대성 역시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그의 등번호 또한 영구 결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한화 이글스에는 데뷔와 은퇴를 팀과 함께한 선수들이 유독 많다. 한용덕 1군 투수코치, 강석천 2군 타격코치 등 코치진에서도 케이스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하는 한화 이글스의 팀 문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전적인 의미로 문화란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을 말한다. 그런 문화는 야구팀에도 존재한다. 선배들의 행동과 방식을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해 공유하고, 후배들에게 또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팀의 문화라는 것이 형성된다.
장종훈 코치가 팀에 장타자가 많은 현상을 설명하며 “선배들 중에 멀리 치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배들처럼 멀리 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선배들을 닮아가려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멀리 치고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장타력,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대변되는 한화 이글스의 팀 컬러 역시 이 같은 문화적 현상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많은 프랜차이즈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과 그들의 성대한 은퇴식, 그리고 대전구장 외야 스탠드 위에 우뚝 솟은 세 개의 영구결번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김태균과 이범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화라는 현상에 휩쓸리기를 애써 거부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스스로의 등번호를 대선배님들의 그것과 견주기를 바라마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진출은 ‘OK’, 타 구단 이적은 ‘글쎄’
현재로선 두 선수는 일본행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화로선 최악의 경우 두 선수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 한신 타이거즈가 이범호에 대해 관심을 보인데 이어 지바 롯데까지 김태균 영입에 뛰어들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마케팅 효과와 오른손 거포영입을 노린 일본구단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오래전부터 내비친 둘의 일본행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문제는 국내에 잔류할 경우다. 과연 한화에 잔류하느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느냐 하는 것이다. 선수 본인들은 국내에 남을 경우, 조건차가 크지 않다면 한화에 남겠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 같은 값이면 9년 동안 선수생활을 해 왔던 팀이 편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LG와 삼성 같은 구단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물밑 작업을 벌일 경우 둘의 이적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화 역시 우선 협상 기간 계약을 성사시키기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한대화 신임감독도 “김태균과 이범호가 없이 내년 시즌 구상이 어렵다”며 구단에 두 선수를 꼭 잡아 주기를 요청했다.
올 시즌 사상 첫 꼴찌를 기록한 팀 전력상 공격의 핵인 두 선수가 빠지면 내년 성적도 장담할 수 없는 한화로선 다소 파격적인 배팅으로 두 선수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 구단 측의 ‘해외 진출은 보장하되 국내 타 구단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은 선수의 뜻을 존중해 해외 진출은 허락하지만, 언제라도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올 땐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정민철이 요미우리에서, 구대성이 오릭스와 뉴욕 메츠를 거쳐 국내로 복귀할 때도 한화는 섭섭하지 않은 대우로 그들을 독수리 둥지 안으로 다시 맞아들였다.
한화가 ‘편하니까’라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김태균과 이범호 역시 구단이 그동안 팀의 레전드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국내 타 구단 이적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태균과 이범호가 대전을 떠나 서울이나 대구, 부산으로 갈 수 없는, 한화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데일리안 = 정명의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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