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면 연출’ 수비에 웃고 울 뻔한 SK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09.10.20 23:09  수정

[한국시리즈 4차전]‘홈런 스틸’ 박재상

유격수 나주환, 천당과 지옥 오간 9회

SK 유격수 나주환은 경기 내내 안정된 수비를 펼쳤지만 9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아찔한 순간을 맞이했다.

SK 와이번스가 9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동률을 이뤘다.

SK는 20일 문학구장서 계속된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박재홍의 선제 투런 홈런 등 7개의 안타를 집중적으로 몰아쳐 KIA에 4-3 신승했다.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거듭하는 양 팀이지만 이번 4차전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경기력과 함께 야구팬들의 기억에도 길이 남을 명승부로 진행됐다.

특히, 고비 때마다 명품수비를 펼친 SK는 야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증명했다.

SK는 1회 첫 타자 김원섭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장성호를 병살로 처리한데 이어 3회 1사 1,3루 위기서 또다시 장성호를 2루 땅볼로 병살을 유도했다.

5회에도 김상훈을 병살로 잡아낸 SK는 선발 채병용의 노련한 투구도 인상적이었지만, ‘키스톤 콤비’ 정근우-나주환의 안정된 수비력이 발군인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좌익수 박재상의 호수비는 이날 경기의 명장면으로 손꼽힐 만했다.

박재상은 6회 이용규의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멋진 슬라이딩으로 건져 올렸고, 7회에도 김상현의 홈런성 타구를 가로 채는 명품 수비로 문학구장을 가득 메운 2만 8000여 야구팬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사실 김상현의 타구는 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타였지만 미리 자리를 잡고 정확한 타이밍의 점프로 낚아챈 박재상의 센스가 일품인 장면이었다.

KIA 야수들도 SK 못지않은 수비로 한국시리즈다운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KIA는 3회 정근우의 중견수 방면 플라이가 워낙 잘 맞은 탓에 안타로 이어지는 듯했지만, 중견수 김원섭이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로 멋지게 잡아냈다.

교체 출전해 중견수 자리에 위치한 이용규도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SK의 최정은 8회 1사 1,2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유동훈을 상대로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펜스 근처까지 가는 장타를 날렸다.

KIA 역시 점수를 내주지 않기 위해 외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던 터라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용규의 빠른 발은 어느새 타구 근처까지 접근했고, 등을 돌린 역모션 상황에서 그대로 공을 잡아 주자들을 묶었다.

반면, 경기 내내 안정된 수비를 펼쳤던 SK의 유격수 나주환은 실책 하나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KIA는 4-1로 뒤지던 9회 대타 차일목과 최희섭의 연속 안타로 2사 1,3루의 기회를 잡았고, 나지완의 중전 안타로 1점 따라붙은 뒤 대타 이재주가 볼넷으로 출루해 만루 찬스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후속타자 김상훈의 타구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에 그쳤고,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지만 유격수 나주환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홈으로 들어와 3-4까지 추격, 분위기는 순식간에 KIA쪽으로 넘어왔다.

안타 하나면 역전까지 가능한 상황. 이현곤의 타구는 또다시 유격수 방면으로 흘렀다. 그러나 나주환은 재차 실수를 범하지 않고 침착하게 1루로 송구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의 실책은 단순히 실책 1개의 의미를 넘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SK 김성근 감독이 이날 경기의 MVP로 선정된 박재홍을 일찌감치 조동화와 교체한 것도 결국 수비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9회 조동화 타석 때 김재현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지만 득점보다 실점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비에 웃고 울 뻔한 SK는 이제 잠실로 이동해 승부의 추가 기울 5차전을 맞이한다. 지난 3년간 2패 또는 1패 뒤 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가져갔던 SK는 분위기 반전 과정에서 야수들의 명품수비가 빛을 발한 기억이 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멋진 다이빙 캐치로 실점을 막은 조동화의 명품수비가 그것이고, 위기 때마다 병살을 침착하게 처리한 내야수들도 이제는 큰 경기에서 즐길 줄 아는 법을 몸에 익혔다.

‘반전의 달인’ SK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명품 수비를 앞세워 ‘리버스 스윕’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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