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현장서 또 의사 피습…의료계 "8년 전 비극 잊었나"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11.05 10:56  수정 2026.11.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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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대전협, 교수 피습 사건에 잇따라 성명 발표

“8년 전 비극에도 반복된 폭력…선언적 대책으론 부족”

의료진 보호 제도 실효성 점검·보안체계 강화 요구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기관 내 폭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기존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보안체계 강화와 처벌 기준 개선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5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에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국가 차원의 의료진 보호 종합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018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고(故) 임세원 교수가 피살된 뒤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약속됐지만, 8년이 지나 또다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현장에서 흉기에 피습됐다”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의료진이 다치고 희생돼야 의료현장의 안전이 보장될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의료진을 겨냥한 폭력은 정상적인 진료를 중단시키고 다른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까지 침해한다”며 현행 의료인 폭행 방지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특성에 맞는 출입 통제와 위험 상황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보안 인력 배치와 비상신고체계 구축, 신속한 경찰 출동을 위한 연계체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에는 철저한 사건 경위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진료실은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지, 의료진이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선언적인 대책과 사후적인 유감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전공의단체도 의료기관의 보안 조치가 법으로 의무화됐음에도 폭력이 반복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이행 실태와 비상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응급실에서의 폭언과 폭행은 물론 병동과 외래에서의 위협 역시 의료 현장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보안 조치가 법으로 의무화되었음에도 폭력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기관은 이번 사건을 특정 병원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폭력 피해를 입은 의료인이 치료와 회복, 법적 대응 과정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의료기관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를 위한 별도의 보호 대책도 요구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는 환자와 보호자를 가장 먼저 대면하며, 야간과 주말에는 소수의 인원으로 진료를 담당한다”며 수련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피해를 신고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수련병원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 보호대책과 함께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전협은 응급실과 달리 외래와 병동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기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처벌 강화의 범위를 진료가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처벌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폭력이라는 행위여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에 대한 낙인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35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대 여성 A씨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 교수는 약 5㎝ 길이의 자상을 입고 응급실에서 치료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건 당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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