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탱하는 관계부터 가족의 돌봄과 이웃의 선의, 여행의 의미 등 짚어
조남대 작가가 가족과 이웃, 전원생활과 여행, 역사 현장과 사진 작업에서 길어 올린 수필 30편을 묶었다.
조남대 수필가가 한국수필가협회 100인 선집의 서른두 번째 책으로 수필선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를 펴냈다.
이번 출간은 1971년 조경희 수필가의 창립 이래 발전해 온 한국수필가협회가 추진하는 100인 선집 발간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역대 이사장단이 추진해 온 선집 사업은 2014년 협회 출판부 사업으로 확정되며 이어져 왔다.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 ⓒ
책은 1부 '괜찮아', 2부 '아홉 층을 내려온 사랑', 3부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로 구성됐으며, 각 부에 열 편씩 담겼다. 부록에는 작가의 삶과 집필 활동을 살필 수 있는 연보가 실렸다.삶을 지탱하는 관계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해 가족의 돌봄과 이웃의 선의, 나이 듦과 여행의 의미로 시선을 넓혀 나간다.
표제작 '강물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양평의 자연과 이웃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백운봉을 감싸는 안개, 마당의 빨래, 울타리 너머로 건네는 봄나물과 장터의 인심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전원생활을 서로의 수고를 헤아리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경험으로 풀어낸다.
'삶을 받치는 바지랑대'에서는 처진 빨랫줄을 떠받치던 장대 하나가 부모의 헌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 기억은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와 연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괜찮아'와 '시비의 위로', '글로 맺은 인연' 등에서는 일상의 말과 기억, 문학으로 이어진 만남을 돌아본다. 작은 사물과 사건에서 출발해 자신과 주변을 함께 살피며 시선을 확장해 나간다.
2부의 제목이기도 한 '아홉 층을 내려온 사랑'은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이웃의 도움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엘리베이터 수리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어머니를 업고 보행기를 들고 아홉 층 계단을 내려온다. 작가는 그 수고를 오래 기억하며, 가족을 돌보는 일이 낯선 이의 선의와 만나는 순간을 전한다. '사랑이 머무는 식탁', '앞치마를 두른 수사자', '훈육의 세대 차이' 등을 통해선 식탁과 가사, 자녀와 손주를 둘러싼 생활 속에서 관계의 변화를 살핀다.
3부에서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준비 없이 나선 산행에서 정상에 이르지 못한 경험을 풀어낸 '산은 도망가지 않는다'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 '여든의 이발사'와 '훈풍을 몰고 온 경비 아저씨', 여행자의 풍경을 전하는 '비를 맞으며 건넌 금문교'와 '목계나루와 인생' 등도 이어진다.
여행작가이자 사진 작업을 이어 온 작가의 이력도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 '빛을 쫓는 사냥꾼'은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움직이는 시간을 담는다. '지평리의 오래된 숨결' '몽클라르와 3,421미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흘린 눈물'에서는 역사 현장을 찾은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전한다.
조남대는 작가는 '글은 나의 숨이 되어'라는 작가의 말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문장보다 진실이 배어 있는 문장을, 목소리를 높이는 글보다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과 다시 걸어갈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남대 작가는 경북 상주 출생으로 호는 소항이며, 국제정치학 박사다. 2019년 월간 '국보문학'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시와 디카시로도 등단했다.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와 에세이문예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반포느티나무쉼터에서 수필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아직, 봄이고 싶은 거지', '앞치마를 두른 수사자',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 여행' 등이 있다. 한국문학백년상과 데일리안 문학상, 한국문학신문 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대전 명인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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