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 내 음악 키워”…양방언, 30년 ‘사유’한 ‘뉴 호라이즌’ [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1.04 15:27  수정 2026.11.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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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엠브레이스’ 이후 11년 만의 솔로 앨범

27일 13곡 수록한 신보 발매…28·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솔로 데뷔 30주년을 맞아 11년 만의 솔로 앨범 ‘뉴 호라이즌’(NEW HORIZON)을 27일 발표한다. 28·29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기념 공연 ‘유토피아-뉴 호라이즌’(UTOPIA – NEW HORIZON)을 연다. 2015년 ‘엠브레이스’(Embrace) 이후 처음 내는 솔로 앨범이다.


양방언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96년 솔로로 데뷔하기 전부터 여러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며 음악 활동을 했고, 데뷔 3년 뒤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며 “30주년이 큰 계기가 됐고, 지금은 공연과 앨범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그의 첫 솔로 앨범 ‘더 게이트 오브 드림스’(The Gate Of Dreams)가 나온 지 꼭 30년 되는 날이다.


솔로 앨범이 11년 만에 나온 이유로는 늘어난 외부 작업을 들었다. 그는 “단종문화제나 ‘사유’ ‘아이온’ 그리고 올림픽 음악처럼 여러 프로젝트와 함께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정작 내 솔로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 작업들은 내 솔로 음악과 깊이 연결돼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내 음악이 자라왔다”며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내 안에 있는 개인적인 생각과 음악을 밖으로 꺼내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 ⓒPRM

앨범에는 모두 13곡이 실린다. 타이틀곡 ‘뉴 호라이즌’을 포함해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에서 출발한 신곡 6곡, 최근 여러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7곡이다. 프로젝트 곡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유하는 극장’ 프로젝트의 ‘사유 메인 테마 2026’(Sayu Main Theme 2026)과 ‘사유 소츠’(Sayu Thoughts)가 있다. 강원 영월 단종문화제 60주년 주제곡 ‘환생’(Rebirth), 유네스코 헌정곡 ‘위, 호프, 피스’(We, Hope, Peace), 정선 가리왕산 프로젝트에서 나온 ‘가리왕산’(KariwangSan), 신라왕경 디지털 재현 사업을 위해 만든 ‘드래곤스 파노라마’(Dragon’s Panorama)도 함께 실린다.


타이틀곡에 대해 그는 “지금도 가장 고민하고 있는 곡”이라며 “어디로 향하는지 아직 다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보이기 시작했고, 그곳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악보는 거의 완성한 상태다.


앨범의 핵심으로는 ‘노마데스크’(NOMADESQUE)를 꼽았다. 일본에 사는 양방언은 해발 1000m 산속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음악을 만들고, 한국과 영국 등을 오가며 활동한다. 그는 “내 뿌리와 DNA는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여러 곳을 헤매며 많은 것을 흡수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 왔다”며 “돌아보니 그렇게 살아왔더라”고 했다. 제목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에 ‘~풍의’라는 뜻의 접미사 ‘-esque’를 붙인 것이다. 그는 “나는 노마드 그 자체는 아니니 ‘노마드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연주곡으로 구상했지만, 오랜 음악 동료인 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곡을 듣고 함께하고 싶다고 해 가사 없이 목소리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기념 공연에서 이 곡을 처음 라이브로 선보인다.


신곡 ‘윈드 폰’(Wind Phone)은 일본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바람의 전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상을 떠난 이를 그리워한 한 주민이 정원에 만든 전화 부스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알려진 곳이다. 양방언은 “지금은 해외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들었다”며 “눈앞에 없는 그리운 사람과 이어지는 자리인데, 누구에게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이번 앨범에 꼭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7분이 넘는 ‘사유 소츠’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반가사유상을 위해 만든 테마곡에서 나왔다. 그는 이 곡을 지난해까지 3년간 이어온 공연에서 연주했고, 앨범을 위해 다시 제작했다. 그는 “라이브에서 느낌이 정말 좋아 30주년 앨범에 꼭 싣고 싶었다”고 했다. 시작은 코로나19 시기에 유물 앞에서 관객 없이 연주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기획이었다. 경주박물관에서 연주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사유의 방에서 연주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규정상 그 공간에서는 연주할 수 없어 박물관 공연장에서 공연을 이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곡에는 정가와 피리 등 국악이 들어간다. 그는 “아시아에서 느끼는 사유와 다른 지역의 사유는 다르다고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전통 정가를 그대로 부르는 게 아니라, 이 음악의 핵심에 맞는 소리를 찾으려고 정가 하는 분과 함께 많이 탐구했다”고 말했다.


단종문화제 주제곡 ‘환생’은 영월군의 제안으로 만들었다. 그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 주제곡 ‘프론티어’(Frontier!)의 분위기를 살려 달라고 하셨다”며 “단종의 슬픔과 아픔을 담되 그것이 지금 시대에 승화돼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렵지 않게, 듣는 사람에게 곧바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단종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곡을 만든 뒤에 봤다고 했다. 그는 “결말이 너무 외로워 마음이 아팠다”며 “영화를 먼저 봤다면 곡의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인공지능(AI)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며, 피아노를 치는 단종의 모습에는 양방언의 라이브 연주 동작이 반영됐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 ⓒPRM

양방언은 5일부터 영국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뉴 호라이즌’과 ‘드래곤스 파노라마’ 등의 오케스트라 녹음을 한다. 1998년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처음 녹음한 그가 런던에서 하는 열세 번째 오케스트라 녹음이다. 신라왕경을 VR(가상현실)로 재현하는 사업에 들어가는 ‘드래곤스 파노라마’는 그의 첫 VR 작업이다.


국악과의 협업에 대해 그는 “나는 국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1999년 한국에 와서 전통 악기 연주를 처음 보고 빠졌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DNA를 가진 음악인으로서 ‘살려야 한다’기보다는 ‘살리고 싶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악계에 들어가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솔직히 없다”며 “태평소 소리가 들렸을 때 ‘양방언 곡이구나’ 하고 알아보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전통 악기라면 행복하다”고 했다.


아리랑은 어릴 때부터 들어 왔지만, 한국 활동 14년째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아리랑을 편곡해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해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내가 알던 아리랑이 전부가 아니었다. 파고들수록 새로운 아리랑이 눈앞에 나타났다”며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젊은 뮤지션들이 아리랑을 다루는 걸 보면서 아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협업으로는 게임 ‘아이온’을 꼽았다. 2008년 첫 작품에 이어 지난해 ‘아이온2’ 음악에도 참여했고,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작곡가 사이먼 프랭글렌(Simon Franglen)이 그의 원곡을 다시 편곡했다. 그는 “가상 세계의 게임 음악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가능성이 생기는구나’ 하고 느꼈다”며 “오래 음악을 해온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기념 공연에는 그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밴드와 국악 타악기, 관악기, 오케스트라 등 26명이 오른다. 그는 “신곡을 어떻게 들려드릴지, 그리고 기존 곡들을 지금의 나로서 어떻게 새롭게 들려드릴지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28일 오후 6시, 2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마지막으로 양방언은 “30주년이라는 계기가 있어서 처음으로 돌아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함께 만든 분들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30주년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몽골이나 티베트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한 자리에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며 “‘뉴 호라이즌’이 어떤 곳인지 직접 가 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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