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결혼도 다문화, 일률적 우선권 바람직?"
"한 명 들어가면 한 명 떨어지는 부당한 상황"
신율 "공정의 핵심 키워드는 기회 균등" 지적
박상병 "굳어지면 이 대통령에게 치명타"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부 우선 배정 제도를 고리로 '공정' 화두를 연일 띄우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한 문제 제기를 국무회의로 옮겨 공공서비스 지원 기준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
중도실용 노선의 연장선에서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다문화 지원의 취지인 기회 균등과 충돌하면서 진보 진영과의 마찰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 공동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세심하게 마련할 책무가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는 공정성과 합리성이라는 원칙이 반드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혜택이라도 합리적 근거 없이 계속되면 제도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정책의 지속 가능한 토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약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에게 선동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토론에서 다문화가정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한 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집 우선 배정, 산후조리원 우선 입소는 숫자가 얼마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한 명이 들어가면 한 명이 떨어지는 부당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선진국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는데, 그것도 다문화가정"이라며 "일률적으로 그렇게 우선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면 다문화가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지원하는 쪽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국무회의 발언은 지난 주말 SNS에서 이어진 문제 제기의 연장선이다. 이 대통령은 31일 X(옛 트위터)에 "다문화가정 지원 필요한 거 맞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다문화가정 지원정책 중 불합리하거나 역차별을 낳는 잘못된 구체적 정책까지 정당화할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적었다.
하루 전인 30일에는 △문화적응 지원 △이중언어 지원 △지역사회 참여 지원 등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하면서도 국공립어린이집·산후조리원 우선 배정처럼 "내국인가정보다 다문화가정을 예외 없이 우선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우선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은 충분히 고려하고 점검할 만하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지원 자체는 유지하되, 소득이나 여건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여되는 우선권만큼은 손보겠다는 게 이 대통령 메시지의 골자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편 복지를 앞세우면서도 이념보다 성과와 효율을 따지는 실용 행정을 추구한 이 대통령의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지율이 정체된 국면에서 역차별 정서에 민감한 2030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과 역차별 문제는 청년층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해 온 의제다. 이 대통령이 혐오 세력에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것도 보수 진영의 공세 소재를 미리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 우선권이라 해도 다문화가정 지원은 소수자 보호 차원에서 진보 진영이 지켜온 의제라는 점에서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우선 배정 역시 언어·문화 장벽에 따른 기회 불균등을 보완하려는 제도인 만큼, 이를 공정의 잣대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공정과 연결해 다문화가정을 언급했다면 2030을 의식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2030이 이를 공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공정의 핵심 키워드는 기회 균등"이라며 "다문화가정은 기회가 균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회의 균등을 위한 지원인 만큼 특혜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사실상 여론에 쫓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문화 논란과 관련해 "현 상황이 굳어져 버리면 다문화 정책에 대해 '당신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쪽으로 가버린다"며 "진보층이 상당 부분 이탈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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